30년 안씻은 몸이 침 좀 묻혀 씻는다고 씻어지겠습니까
동물원 데려간 어린 자녀를 돌보듯이 자신을 관찰하세요
“나도 원하지 않고 저 걸어다니는 개도 원하지 않고 저기 날아다니는 새도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입니까.”
11월의 첫 토요일(3일) 오후 2시10분쯤, 예정(2시)보다 약 5분 늦게 시작해 청법의 예를 갖춘 뒤 이어진 붓다락키타 스님의 법문은 첫머리에서 부처님식 근본적인 치유와 일시적인 치료의 차이를 설명한 뒤 스님의 이런 물음으로 이어졌다. 서니베일 만덕행 보살 자택의 마루를 가득 채우고 현관이나 방으로 연결되는 통로까지 가득 채운 청중들은 조용했다.
“고통, 여러분들 원하지 않지요? 괴로움, 여러분들 원하지 않지요? 슬픔… 우리는 원하지 않지만은 우리 가까에 있잖아요, 무엇 때문에 그렇습니까?” 또 묻자 또 침묵. “예, 탐욕 성냄 어리석음, 탐진치 삼독 때문
이죠.”
불자라면 누구나 아는 기초상식이면서도 아무나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되새기라는 듯 거듭 이를 강조한 스님은 그중에서도 어리석음이란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어리석음 때문에 세상이 조용하지 않다”고 정의한 뒤 이내 본론으로 들어갔다.
몸과 마음을 구분해서 잘 관찰하는 것을 수행으로 꼽은 스님은 수행자의 마음가짐을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에 비유했다. “우선 부모는 뱃속에 자녀가 생기면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모르고서도 자애의 마음을 갖잖아요. 자녀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앞뒤 안따지고 연민의 정을 갖잖아요, 자녀가 뭘 잘하면 자기일처럼 기뻐하잖아요…그러니까 부모를 범천신과 같다고 하신 부처님 말씀처럼 공양하고 보시하고 예경해야 합니다.”
“어리석지 않으려면 몸과 마음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져야 하고 자기수행이 있어야 한다”며 “좋은 마음으로 말하고 좋은 마음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한 스님은 “30년동안 목욕 한번 안한 사람이 침 한번 퉤 뱉어서 문질러가지고 (몸이 깨끗해진다고 하면) 되겠어요?”라는 말로 끊임없는 수행정진의 필요성에 역점을 두었다.
주특기인 위빠사나 수행법,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관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스님은 정곡을 찌르는 비유로 설명했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구나,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귀로 뭘 듣고 있구나, 들으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렇게 관찰하는 건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지요.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동물원에 네살짜리 아이와 같이 가서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아이가 노는 걸 관찰하는 식으로. 그러면 그 아이가 어 원숭이를 좋아하는구나, 어 이건 별로 안좋아하는구나 하고 알게 돼요. 마음이 몸에 대해 뭘 하고 있는지 대상을 놓치지 말고 이와 같이 자신을 관찰하세요. 그러다보면…”
주의사항도 잊지 않았다. 대상에 순수하게 집중하지 않고 개념적인 적, 관념적인 것을 쫓다가 무기공에 빠지거나 수행중 빛을 보고는 뭘 다 알아버린 듯이 교만해지지 말라는 것이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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