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일래야 물들일 수 없는 마음, 허공과 같이 본래 비어 있어, 본심은 전혀 물들 수가 없는 것입니다. 바로 보세요. 바로 깨달으세요. 이 순간 변해가며 세포가 죽어간것을 안다면, 급한 줄을 아신다면, 바로 공부하세요. 생명을 걸고 말씀드립니다. 화두를 가지고 참선을 하세요”
주장자를 높이 쳐들고 ‘할’을 외치며 격외의 소식에서부터 참선과 관법, 왜 의심이 있어야 깨달음이 있는지, 참선을 잘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왜 참선을 해야하는지 등을 고구정령하게, 확신에 찬 단호한 어조로 북가주 불자들을 호되게 공부하라고 질책했어도, 참선의 끈을 놓지 않고 공부하는 분들을 만나서 기쁘다며 훈훈하게 쓰다듬었다. 주중 수요일 17일 밤 7시 30분 디안자 칼리지에 모인 70여명의 납자들은 어둠도 잊은 채 11시가 넘도록 스님 곁을 떠나지 못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잘못된 것입니다. 앉아야 할 이유가 없는데, 평지풍파를 일으킵니다. 불법이 어떻고, 선사가 어떻고, 여러분의 인격을 모독하게 되는 것입니다. 앉아야 할 이유가 없는데…. 제 말을 바로 알아들으면 좋은데…, 알아채지 못하니까 여러 말씀을 드리려 이 자리에 앉아있게 되네요.
부처가 연꽃을 들어보이기 전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즉 행동 이전에 알아차리란 말입니다. 예를 들자면 어느 주부가 가스불을 키고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들이 사고 났다는 전화를 받고 가스불 끄는 것 조차 잊고 뛰쳐 나가는데 때마침 남편이 들어오다, 뛰쳐나오는 아내의 눈빛을 보자마자 알아채는, 말하기 이전에 알아보는, 진정으로 갈구하는 상근기가 있어야 합니다. 왜?
여러분, 모든 것은 마음입니다. 어떤 이는 난, 세상에 물들지 않겠다, 물들지 않겠다는 마음이 어디 있어요? 물들일래야 물들일 수 없는 마음, 허공과 같이 본래 비어 있어, 본심은 전혀 물들 수가 없는 것입니다. 바로 보세요. 바로 깨달으세요. 이 순간 변해가며 세포가 죽어간것을 안다면, 급한 줄을 아신다면, 바로 공부하세요. 생명을 걸고 말씀드립니다. 화두를 가지고 참선을 하세요. 상기병이 있어 참선하기 어려우신 분은? 단전호흡으로 하루만 조절하세요.
끊임없이 앞만 보고 사는 여러분! 앞 뒤 잘 살펴보면 사고 없을텐데, 이 세상 정한 바가 없는데, 생명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가면, 불상사가 없습니다. 참선을 하여 생명의 실체을 깨닫고 나면 자기를 구할수 있습니다. 지혜가 생겨 첫 단추을 잘 끼울 수 있습니다.
나를 아는 과정이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부처는 6년 동안 설산을 헤매며 고행하며 스승을 찾아 헤멨지만,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이 영원하지도 않고, 금방 없어짐을 깨달았습니다. 노력한다는 것은 억지로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바로 ‘관’해서 바로 깨달으십시오. 관법은 공부해서 깨달은 것이 아닙니다. 깨달음의 본질은 공부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바닷물이 짜다는 걸 확인하러 태평양, 대서양 바닷물 다 맛보러 다닐 필요 없어요. 부처도 내 스스로 답을 깨닫기 전에는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 죽을 각오를 하고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일주일 만에 깨달으셨습니다.
혜가 선사는 문둥병 환자가 자신의 죄 많음을 없애고자 법을 청한 환자에게, “너의 지은 죄를 가져와 보아라. -- 어디 가져 올 것이 있습니까? 환자는 이미 없는 죄에 집착하여 자학 속에 병을 키웠으니 그 순간 깨닫고 병을 나았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깊이 생각해 보십시오.
스님의 가르침에서 내 삶에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인 것은 문제를 일으키는 내 자신이 문제로구나. 스님의 가르침에 자신을 점검하는 수없는 성찰이 오고 가며, 한 매듭을 풀고가는 지혜가 들렸다.
참선을 오랫동안 해 온 수선회 학산(변호사) 거사는, “무엇보다 자기의 직업을 부업으로, 참선을 주업으로 하여, 부지런히 공부하라는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우리의 인생관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가르침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법회시간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는 생각에서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다보니 어느덧 한시간 반의 시간이 휙 지나가더군요. 용산 대선사와 고암 대선사의 선맥을 이으신, 한암대원 큰스님과 인연이 되었으니 우리 북가주 불자들은 복이 많으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이젠 눈푸른 선지식과의 인연도 성숙했으니, 오로지 실참실구만 남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원선사는 그렇게 평지풍파를 일으키고는 볼티모어에 있는 오등선원 2주년 기념법회장으로 떠났다.
<배경순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