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회사의 주식이 지금 싼 지 비싼지를 판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판단만 잘 해도 엄청난 돈을 벌수 있다. 미국 제2의 부자 워런 버핏은 이 분야에서 특출난 재능을 지닌 사람이다. 그 재주 하나로 무일푼에서 400억 달러의 재산을 쌓아 올렸다.
주가를 평가할 때 고려하는 요소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대표적인 것 둘이 주당 이익에 대한 주가 비율(price to earnings ratio, P/E)과 금리다. P/E는 주가를 기업의 주당 순익으로 나눈 수치로 기업이 얼마나 장사를 잘 하고 있나를 보여주며 금리는 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 부담이 얼마나 되는가를 결정한다. 쉽게 말해 주가가 버는 돈의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 또 번 돈 중에서 갚아야 할 돈이 얼마나 되는 지가 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셈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 대기업의 P/E는 14를 전후로 움직여왔다. 불경기가 와 전망이 좋지 않다고 투자가들이 볼 때는 P/E가 역사적 평균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때도 있다. 70년대 불황 때가 그랬다. 반면 경기가 좋을 때는 평균의 두 배 이상 치솟기도 한다. 2000년 미 증시가 활활 타고 있을 때가 한 예다.
그러나 지난 100년을 두고 보면 P/E는 결국 역사적 평균으로 돌아온다. 이 사실만 염두에 둬도 성공적인 주식 투자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500개로 이뤄진 S&P 500 지수의 P/E를 잘 살펴뒀다 이것이 14보다 낮으면 S&P 500 뮤추얼 펀드에 투자하고 이보다 높아지면 팔면 된다. 현재 S&P 500 지수의 P/E는 17이다.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론 어렵다. 과대평가된 주식은 오랫동안 더 한층 과대평가될 수 있다. 또 경기가 좋을 때는 주위 사람도 브로커도 언론도 투자할 것을 권하고 나쁠 때는 앞다퉈 팔라고 아우성친다. 이런 주위의 소란을 물리치고 소신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다.
P/E와 금리보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다. 달력이다. 지난 300년간 런던 주식 시장에 상장된 주식들은 평균적으로 여름과 가을에 떨어지고 겨울과 봄에 올랐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에 대해서는 새해가 가까워 오면 사람들은 희망에 들뜨기 쉽고 여름의 무더위에 시달리다 찬바람 부는 가을이 오면 현실의 벽을 절감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시적 해석이 있을 뿐 정확한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년 동안이나 이런 트렌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계절이 인간의 투자 심리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주가의 계절적 동향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1929년 증시 추락, 1987년 주가 폭락이 모두 10월에 일어났다. 반대로 12월 성탄절 가까이, 또 1월 들어서는 ‘크리스마스 랠리’ ‘1월 효과’라고 불리는 주가 반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5월에 팔고 11월에 사는 투자 전략은 통계적으로 효율성이 입증된 방법이다.
지난 19일은 아직까지도 퍼센티지로 미 주가가 하루 최대 폭락한 1987년 ‘검은 월요일’ 2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20년 전 이날 다우존스 산업 지수는 508 포인트가 빠지면서 22.6%의 하락율을 기록했다. 19일 다우 지수는 이날을 기념이라도 하려는 듯 360 포인트 하락하며 세계 증시의 동반 추락을 불러왔다.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각종 안전장치 등을 열거하며 그런 비극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증시에 절대는 없다. 지금 미국 경제는 고유가와 달러화의 추락, 무엇보다 서브프라임 발 모기지 시장의 위기 등 산적한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우존스 산업 지수는 최근까지 최고치를 경신했고 투자가들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낙관 지수도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럴 때가 위험하다.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가 이 험난한 가시밭길 사이로 미국 경제를 잘 이끌고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주식 투자가들의 극도의 조심이 요구되는 때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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