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1년 멜빌이 쓴 ‘모비 딕’은 19세기 미국 문학의 절정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멜빌은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다 쓸쓸하게 죽었다. ‘모비 딕’과 멜빌이 일반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책이 나온 지 70년이 지나서다. 자신이 후세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본인을 포함해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사람들이 모른 것 또 하나가 있다. ‘모비 딕’에 1등 항해사로 나오는 스타벅의 운명이다. 1971년 시애틀의 영문학 선생과 역사 선생, 작가 세 사람은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사리판단이 분명한 스타벅의 이름을 딴 커피 원두와 제조기 판매점을 함께 차렸다. 스타벅은 이성이 없는 고래를 상대로 복수를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누차 경고하지만 결국 에이허브 선장과 운명을 같이 한다.
뒤늦게 이 가게에 합류한 하워드 슐츠는 직접 커피를 만들어 팔 것을 제안하지만 원 주인들의 반대에 부딪친다. 그는 따로 다른 이름의 커피 판매점을 차린 후 1987년 스타벅스를 인수한다. 스타벅스는 그 후 세계 최대의 커피 체인점으로 성장, 현재 전 세계 40개국에 1만3,168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스타벅스가 수많은 커피샵을 제치고 이처럼 발군의 성적을 낸 것은 물론 양질의 커피를 만들었기 때문이지만 그 정도 커피를 만드는 가게는 얼마든지 있다. 진짜 비결은 수많은 종류의 커피를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특유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창출함으로써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셔야 문화인 취급을 받는 분위기를 만들어낸 데 있다.
스타벅스의 사실상 창업자인 슐츠가 2,750만 달러를 투입, ‘핑크베리’를 세계적 체인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소매업소가 이처럼 빨리 고객들로부터 사랑 받고 애착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지난 30년간 내가 경험한 것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핑크베리는 황혜경, 영 리씨가 2005년 차고를 개조해 만든 600 평방피트 규모 매장에서 출발했다. 워낙 사람이 몰려들어 “1,000개의 파킹 티켓을 떼게 만든 맛”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급속도로 팽창, 지금은 남가주에 28개, 뉴욕에 5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처음에는 ‘얼린 요구르트’(frozen yogurt) 가게로 시작했으나 얼마 전 요구르트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램 당 1억 개의 박테리아 배양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전국 요구르트 협회의 판정에 따라 지금은 요구르트라는 말을 선전에서 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매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이곳에 몰린 것은 박테리아가 몇 마리 있느냐를 따졌기 때문이 아니라 스타벅스와 같이 소비자들 입맛에 맞춰 다양하게 토핑과 크림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매장 내부도 모던한 디자인으로 꾸며 젊은 세대에 어필했기 때문이다. 핑크베리의 성공 사례는 아직도 미국이 아이디어와 의욕만 있으면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열려 있는 기회의 땅임을 말해준다. 핑크베리가 스타벅스처럼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날 날을 기대해 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