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에인절스와 LA 다저스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최강팀으로 변모한 에인절스는 올해도 일찌감치 디비전 우승을 확정해 놓고 느긋하게 포스트시즌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조 하위권에 머물며 포스트시즌 레이스에서 이미 탈락했다. 한때 LA지역 부동의 최고 인기팀이었던 다저스의 몰락과 1990년 때까지 별 볼일 없던 팀으로 치부되던 ‘만년 2류’ 에인절스의 강팀으로의 변신은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에인절스의 고질병은 ‘우린 안돼’라는 패배주의였다. 카우보이 진 오트리가 구단 소유주였던 시절 에인절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그저 그런 팀으로 머무는데 만족했다. 구단 운영도 그랬고 선수들도 체념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를 확 바꿔 놓은 사람이 1999년 부임한 빌 스톤맨 단장과 마이크 소샤 감독이었다.
두 사람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팀의 목표로 정했다. 이런 분명한 비전아래 선수들을 독려하고 그에 걸맞는 플랜을 차근차근 실천해 나갔다. 그 결과 지난 4년 사이에 디비전 우승을 3번이나 차지했으며 지난 6년 동안에는 4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물론 2002년에는 월드 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2003년 지금의 아트 모레노 구단주가 팀을 인수한 후 전력은 한층 강화됐다.
팀 성적이 오르고 선수들의 화끈한 플레이가 계속되면서 팬들의 사랑 또한 뜨거워져 이제는 에인절스의 인기가 다저스를 능가한다. 관중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5년 연속 시즌 300만 관중 돌파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당연히 구단 수입도 늘고 그 돈은 좋은 선수를 끌어오는데 사용되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항상 다저스를 의식하면서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던 것은 옛날 얘기다.
반면 다저스는 어떠한가. 타미 라소다 감독이 물러난 후 단장과 사령탑이 수차례 바뀌었다. 돈을 쓸 만큼 쓰는데도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선수들간의 케미스트리도 엉망이다. 고참선수들은 신참들을 버릇없다 꾸짖고 신참들은 고참들에게 본받을 것이 없다고 볼멘소리들이다. 선수들 간의 갈등을 아우르고 봉합할 만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콩가루 분위기’에서 성적이 제대로 나올 턱이 없다.
팀의 리더십에서는 에인절스가 몇 수 위다. 한 전직 에인절스 선수는 스톤맨 단장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그는 감정적인 이유로 결정을 내리는 법이 결코 없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무서운 결단력을 보인다.” 소샤 감독 또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묵직하게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스타일이다.
에인절스의 질주는 한동안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스톤맨이라는 이름처럼 냉철한 리더십과 결단력을 보이는 단장, 이기는 야구를 구사하는 뛰어난 전략가형 감독, 그리고 지휘부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는 구단주가 삼각다리로 든든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가 지금의 만성적 부진에서 벗어나 강팀으로 새롭게 태어나려면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그것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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