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에게 맞춰 제조된 비타민을 먹고 난 다음 체육관과 수영장, 육상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해 운동하고, 마친 후 몸이 쑤시면 개인 트레이너가 마사지 치료사를 데리고 집으로 찾아와 풀어 주고 영양사가 식단을 짜준다. 팔에 무엇인지 모를 사마귀가 나면 집에서 걷는 거리에 있는 클리닉에 가 피부과 전문의에게 보이고 저녁 식사 준비도 걱정할 필요 없어서 조리된 건강식을 배달해 주는 곳이 있다면?
내 몸 돌봐줄 전문가들에 둘러싸여 생활
부시 대통령 주치의 쿠퍼박사 텍사스에 20억달러 들여 추진
“맞춤 영양제에 운동 프로그램 개인 트레이너가 마사지까지
영양사 식단은 집에까지 배달”
<‘쿠퍼 라이프’ 단지 상상도.>
이곳이 바로 1968년에 낸 자신의 베스트 셀러 저서의 제목이었던 ‘에어로빅스’라는 단어를 건강 관련 어휘집에 등재시킨 심혈관계 피트니스 전문가 케네스 쿠퍼 박사가 꿈꾸는 곳이다. 부시 대통령의 개인 주치의 중 한 명인 쿠퍼 박사(76)는 지난 40년간 예방의학의 수석대변인 같은 역할을 해왔다. 텍사스주 초중고교생에게 체육교육을 의무화시킨 법을 제정하게 했고, 조리된 음식에 전이지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는 일에도 앞장섰으며, 달라스에서 ‘쿠퍼 에어로빅스 센터’를 운영하면서 600편의 논문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 쿠퍼 박사가 달라스 북부 텍사스의 평원에 20억달러를 들여 ‘쿠퍼 라이프 앳 크레이그 랜치’라 불리는 건강 주택 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총 151에이커 중 첫 51에이커가 건설되고 있는 이 단지는 주택 구입자들에게 노먼 로크웰의 그림에서처럼 의사가 왕진을 오지만 올림픽 선수촌처럼 모든 입주자가 자신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들어 줄 일단의 전문가에 둘러싸여 사는 곳임을 약속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주택 단지는 미국에서도 처음 생기는 것으로 스파 업계 전담 미디어 마케팅 회사 스파 파인더의 수지 엘리스 사장은 “쿠퍼 라이프 같은 곳은 세상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월 주거비(개인은 1,041달러, 6인 가족 2,181달러)에는 쿠퍼 박사가 자신의 이상향으로 여기는 “모든 사람이 최상의 건강 상태로 살 수 있는 곳” 조성에 있어 핵심으로 여기는 연간 신체검사와 6개월간의 사후점검도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의사 왕진비와 피트니스 센터 회원권, 생활 도우미 서비스와 주택 외부 관리, 강연 및 사교활동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텍사스주 매키니에 새로 지은‘쿠퍼 에어로빅 센터와 클리닉’에서 케네스 쿠퍼 박사(왼쪽)와 그의 아들이자 쿠퍼 라이프 대표 타일러 쿠퍼 박사.>
연령과 체력 정도에 상관없이 입주를 환영하지만 장차 입주자 중에는 주머니가 넉넉한 베이비 붐 세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단지에서 가장 먼저 지어질 800채의 개인 주택과 타운 하우스, 콘도미니엄의 가격은 40만달러부터 200만달러까지고, 바로 그 옆 부지에 1,250채의 단독 주택과 함께 올림픽 달리기 선수 마이클 존슨의 이름을 붙인 운동선수 훈련센터가 들어서 예정이다.
첫 입주는 1월로 예정돼 있고 다음 달에 공식 시판에 돌입할 이 단지에 현재 지어진 집은 한 채도 없지만 구매에 관심을 표시한 사람은 200명이 넘는다.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바라에서 투자 전문가로 활동하며 쿠퍼 박사에게 40년 가까이 진료를 받아 온 조 멘델슨이 고객 후보 1위에 올라 있는데 “쿠퍼 박사가 몇 년 전에 처음 이야기를 꺼냈는데 듣고 보니 바로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쿠퍼 라이프’ 단지에서 노인과 경보 선수들을 코치하면서 바쁘게 지낼 계획이다.
쿠퍼 박사는 연례 건강검진이야말로 최선의 생명보험이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입주자들은 반드시 건강보험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약과 전문의 진료 및 수술, 영양 상담과 개인 트레이너, 음식 서비스에 드는 비용은 별도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 올림픽 경기를 치를 만한 규모의 수영장과 1만스퀘어피트의 운동장, 실내 육상 트랙, 바위타기 훈련용 암벽과 스파가 있는 피트니스 센터와 클리닉은 이미 대중들에게 문을 열고 있다.
이곳에서 ‘쿠퍼 라이프’ 입주자는 물론 외부인들도 심장, 피부, 스포츠 의학 등 전문의를 볼 수 있으며 여성건강 전문 클리닉에서는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은 여성들에 대한 특별 관리를 실시한다.
쿠퍼 박사에게 이 단지는 건강에 유념하는 특수층을 위한 커뮤니티이자 하나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향후 25년간 ‘쿠퍼 라이프’ 주민이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게 됐는지,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더 잘 하게 됐는지, 의료비는 덜 들게 됐는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그런 호화판 건강 단지가 던지는 메시지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입주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건강하게 살려면 그 정도 돈은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올까봐 걱정이라는 것이다.
조지아의 부동산 개발회사 ‘웰스톤 커뮤니티즈’가 20억달러를 들여서 짓는 이 단지처럼 스파와 건강센터, 주거 커뮤니티를 통합시켜 편리한 것을 좋아하는 부유한 주택 구입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최근 추세다. 아리조나주 투산에 있는 ‘미라칼 라이프 인 밸런스’는 올 가을 맨해턴 동쪽에 41층짜리 콘도를 열고, ‘캐년 랜치’도 마이애미 비치에 콘도미니엄과 호텔 단지를 지은 바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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