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 잔치는 온 동네가 함께하는 신명나는 파티였다. 파란 가을하늘 아래 펼쳐진 제34회 한국의 날 퍼레이드와 서울 국제공원에서 있었던 행사 역시 자랑스러운 한인들의 축제이자 미 주류사회에 우리의 문화와 음식, 정서를 소개하는 국제잔치였다.
이에 때맞추어 한인타운의 한 교회에서는 특별한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인 청소년들과 부모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해주는 이 강연에는 특별한 강사가 초대되었다. 워싱턴주 상원의원 부의장인 신호범 의원이었다. 고아로 길거리를 헤매다가 지금의 양아버지인 당시 주한 미군 군위관 레이폴 대위에게 입양되면서 검정고시를 치렀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면서 31년을 대학 교수로 재직했다는 신의원. 하원을 거쳐 유색인종으로는 최초로 워싱턴주 상원의원을 9년간 지낸 그는 칠순이 넘는 고령에도 상원 부의장으로 미국과 한국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강의가 끝날 즈음 그는 자신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좌우명을 이야기했다. “슬퍼서 우나요, 우니까 슬퍼지지. 기뻐서 웃나요, 웃으니까 기뻐지지.”
한국은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 나라’며 미국은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 나라’라고 칭하는 그를 나는 ‘한국과 미국의 효자’라 말하고 싶다. 더 나가가 모든 유색인종들의 정치 입문에 있어 롤 모델인 동시에 두 나라를 동일하게 사랑하고 두 나라에 공평하게 효도할 줄 아는 ‘철든 아들’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원은 미국의 대통령과 수많은 정치인들이 차세대 한인들로부터 나오기를 보는 것이라며 수천명의 청중에게 남기고 간 한 애국자의 따뜻한 미소는 필자의 가슴속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문득 나는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 떠올랐다. 프랑스로 떠나는 길에 조그마한 병에 고국의 흙을 넣어갔다는 그는 흙이 담긴 병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고국을 잊지 말라는 아버지의 당부를 기억했다고 한다. 자신이 폴란드 사람임을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다는 그는 수 십 곡의 폴로네이즈와 마주르카를 통해 폴란드의 정서와 선율, 리듬이 가득담긴 작품으로 나라사랑을 보여주었다. 3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 정치적인 이유로 조국 폴란드의 땅을 밟지 못한 그가 한 유언은 이러했다. “나의 몸은 프랑스 파리에 있지만 나의 심장은 조국 폴란드와 늘 함께 했다. 내 심장을 조국 폴란드에 묻어다오.” 이후 쇼팽은 두 곳의 무덤에 안치되었다. 프랑스에는 그의 몸이, 폴란드의 바르샤바 시내 ‘성십자교회’에는 그의 심장이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한다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진정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학창시절 배운 시 한편은, 내게 오래토록 애국심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했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조국 대한민국을 끔찍이도 사랑했던 한용운님의 시 ‘복종’이다.
어디에 살고 있든 내가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 2세들에게 그 의미를 가르치는 일은 그보다 더 보람찰 듯 싶다.
앤드루 박 / 베데스다 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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