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다처제를 고수하는 말일성도 근본주의(FLDS)교회의 교주 워런 제프스(52)에 대한 재판이 지난주 유타주의 세인트조지에서 시작되었다. 구체적으로는 2001년 14세 소녀와 19세 사촌의 결혼을 주선하고 집전한 제프스에게 적용된 미성년자 ‘강간 공모’혐의에 대한 재판이다.
유타주 말일성도교 교주 워런 제프스 재판 시작
사촌과 강제 결혼시킨 14세 소녀 강간공모 혐의
‘제인 도’로만 알려진 소녀의 신고로 체포령이 내린후 ‘FBI 10대 수배자’ 명단에 올라 현상금까지 붙었던 제프스는 2년동안 도피생활을 해오다 작년 8월 라스베가스 인근에서 체포되었다.
지난 13일 재판 첫날의 하일라이트는 제인의 증언. “그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천국에서 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어요. 그는 지상천하의 신이었어요”라고 제인은 배심원들에게 말했다.
이번 재판에선 제프스가 제인을 어느 정도로 통제했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제프스의 혐의가 위협하여 강간을 공모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가 당시 미성년자인 제인의 뜻에 거슬려 결혼을 시키고 성관계를 갖도록 협박했다고 하고, 변호사는 제인은 강간당한 적이 없으며 제프스는 제인에게 원치않는 성관계를 강요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다.
FLDS는 몰몬교에서 이탈한 분파다. 원래 일부다처를 인정하던 몰몬교가 이를 금한 유타주 헌법에 따라 1890년 금지령을 내리자 이에 불복, 근본주의 교리를 고수하며 떨어져나온 지파로 세인트조지 인근의 작은 마을 힐데일과 콜로라도시티를 중심으로 약1만명이 공동체를 이루고 집단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교리에 의하면 남성들은 최소한 3명의 아내를 거느리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 아버지에 이어 교주 자리를 물려받은 제프스 자신도 수십명의 아내와 수십명의 자식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재판에서 워런 제프스(오른쪽)와 변호사 타라 아이잭슨.>
워싱턴카운티 브락 벨냅검사에 의하면 제인은 제프스에게 결혼시키지 말아달라고 계속 간청했으나 제프스는 “네 마음은 길을 잃고있다”면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너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제인은 사촌과 함께 네바다주 칼리엔테로 실려가 결혼식을 거행했으며 제프스는 이들에게 자손을 번식해 땅을 풍요롭게 하라고 명했다. 이 어린부부는 곧 힐데일로 돌아왔으나 제인이 워낙 심하게 반항했기 때문에 즉시 성관계를 갖지는 않았다고 벨냅검사는 말했다.
벨냅검사는 또 제인이 계속 결혼에서 자신을 풀어달라고 애원했지만 제프스는 “반성하고 돌아가 네 마음과 몸과 영혼을 네 남편에게 바치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아직도 긴 스커트의 1백년전 복장으로 사는 콜로라도시티의 FLDS교 여성들이 장을 보러 나왔다.>
그러나 타라 아이잭슨 변호사는 검찰은 제인이 남편에게 강간당했음을 입증하는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그들 부부의 성생활에 제프스가 관여했다는 아무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제인이 친구나 가족들에게 자신이 강간당했다고 말한 적도 없으며 제프스와 제인은 성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체포되지 않은 제인의 사촌이자 남편은 앞으로 증인으로 출두해 자신은 강간한 적이 없다고 증언할 예정이다. 제프스는 만약 유죄평결을 받으면 최고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다.
<‘일부다처제 금지는 민권침해?’>
이번 재판부가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은 배심원 선정이다. 워낙 미디어의 조명을 많이 받은 케이스인데다 재판지가 FLDS교회 본거지인 힐데일에서 불과 50마일 거리로 가깝기 때문이다.
제임스 슈메이트판사는 배심원들에게 편견을 갖지 말라며 ‘일부다처는 이번 판결의 포커스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요즘 일부다처주의자들은 이를 민권이슈로 끌어가고 있다. 마치 1950년대 버스 뒷좌석에 앉기를 거부했던 흑인들처럼 자신들을 민권보호를 위해 투쟁하는 운동가로 주장한다. 종교신념의 일부분으로 행하는 일부다처의 자유는 민권문제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주민들도 없지 않다. 28세의 한 정통몰몬교 여성은 “일부 주에선 동성결혼도 합법화시켰는데 한명이상의 아내와 결혼은 왜 불법이냐?”고 이들에게 동정을 보내기도 했다.
교주의 재판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있는 힐데일의 한 여성은 자신들은 공동체 안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입니다. 우리 유산에 긍지를 갖고 삽니다”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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