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단체서 행사참석·후원요청 일주일에 3, 4건
사재 털어 수백~1만달러 내고 본업 소홀‘이중고’
단체장 A씨는 요즘 ‘인사말씀’ 얘기만 나오면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다. 일주일에도 3~4개씩 낮밤 가리지 않고 잡히는 살인적인 행사일정을 소화하다보니 개인 시간은 전혀 없어 문제없이 돌아가던 개인 비즈니스도 삐걱대기 시작했다.
경제계 단체장 B씨는 최근 부인 몰래 비자금 통장을 만들었다. 밀려드는 후원 요청에 한푼 두푼 지원하다 보니 단체 재정이 바닥나 개인 자금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단체장들의 물심양면으로 허리가 휘고 있다. 한차례에 적게는 수백 달러부터 많게는 1만달러까지 기부금도 내야하고 소속 임원의 동문회까지 따라가 얼굴도장을 찍어야 한다. 타운에는 힘깨나 쓰는 단체 회장을 맡기려면 통장 잔고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모 단체 회장은 “단체들이 서로의 곳간을 나눠가며 살림을 살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단체의 경우 전체 운영비의 20~25%가 ‘대외단체 지원비’로 책정된 상태. 그는 “물론 단체들이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하고 단체의 성격에 맞는 지역 행사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면서도 “하지만 개인행사나 다름없는 이벤트에서까지 지원을 요청하는데 가끔은 짜증이 나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단체의 재무담당자는 “초등학교 동창회부터 이름만 대면 알만한 단체의 골프대회까지 하루에도 여러 건의 지원 청탁이 들어온다”며 “이걸 메우려면 우리도 골프 토너먼트하고 갤라 파티 해서 그들 단체들을 불러 모아야 하는데 악순환의 반복”이라며 답답해했다.
그는 “한인 커뮤니티의 기부문화가 너무 막가파식으로 변질됐다”고 말하고 “찔러보고 안나와도 그만이라는 생각은 정말 지원이 필요한 행사에 대한 지원도 막는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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