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야! 나와 결혼해 주겠니?”
추석맞이 특집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가 진행된 16일 롱아일랜드 아이젠하워팍에 모여 든 관객들은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무대 위에서 무릎을 꿇고 청혼하는 한 남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곧이어 무대에 서 있던 여자친구의 입에서 “예”라는 대답과 함께 기쁨의 눈물과 포옹이 이어지자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며 한마음으로 축하해줬다.
무대 위에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한 두 주인공은 교제한지 2개월 된 임현준(35)·유리(31·미국명 크리스틴)씨 커플. 친구 소개로 두 달 전 처음 만난 이들은 만난 지 30분 만에 ‘바로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서로 통했다고. 임씨는 뉴욕 IBM사에서 IT 스페셜리스트로, 유씨는 필라델피아 IBM에서 테스팅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어 그간 주말마다 만나 틈틈이 데이트를 즐겨온 연인이다.
노래자랑 무대에 커플팀이 아닌 각자 따로 출연한 이유는 바로 병석에 있는 유씨의 아버지(유병우) 때문이었다. 28년 전 전파를 탄 ‘전국노래자랑’ 첫 회 방송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애청자인 유씨의 아버지는 오랜 기간 암 투병생활을 한데다 2년 전에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지금은 거동은 물론, 언어장애로 24시간 간호가 필요한 위중한 상태.
평소 가요를 사랑하며 언젠가 KBS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서보고 싶었다는 유씨 아버지를 대신해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본선에 진출해 아버지가 애청하는 방송에 꼭 출연하자는 목표로 각각 따로 출전하게 됐다는 것. 이들의 효심에 하늘도 감복해 두 사람이 모두 본선에 진출하는 기회를 얻어 장려상까지 탔다.
임씨는 유씨의 친구들과 비밀리에 이날 깜짝 청혼 이벤트를 준비했다. “무대에 올랐을 때 떨지 않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했다”는 임씨는 “병석에 있는 예비 장인의 건강을 생각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결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깜짝 이벤트에 잠시 당황했던 유씨도 금세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무대를 내려온 뒤에도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한동안 떨어질 줄을 몰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민 온 1.5세 임씨와 미국 출생 2세인 유씨는 “앞으로 부모님께 더욱 효도하고 사랑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반려자가 되도록 노력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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