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별명은 ‘바람 부는 도시’(Windy City)다. 1년 12달 바람이 세게 불어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북극에서 바로 불어닥치는 겨울 바람은 맵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시카고 사람들은 자기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시카고는 또 ‘건축의 도시’로 불린다. 다운타운 전체가 각양 각색 빌딩의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시카고를 찾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885년 라살과 애덤스 코너에 세계에서 처음 9층 짜리 마천루가 등장한 곳도 여기다.
태어난 곳은 시카고지만 마천루가 본격적으로 꽃핀 곳은 뉴욕이다. 맨해튼 섬을 빽빽이 메운 고층 빌딩의 숲은 인류가 이룩한 최대 업적의 하나다. 특히 그 중에서도 9/11 이전 미국 최고 빌딩이던 월드 트레이트 센터의 위용은 미국의 힘과 번영의 상징이었다. 이 빌딩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는 뉴욕의 야경은 죽기 전에 한 번 봐야할 장관으로 손꼽혔다.
11일 한 때 이 빌딩이 서 있던 자리에 9/11 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이 모여 이들의 넋을 기렸다. 이 일대는 요즘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능가하는 미국의 상징물인 ‘프리덤 타워’ 공사가 한창이다. 작년 4월 27일 시작된 타워 공사는 오는 2010년 끝날 예정인데 다 지어지면 높이 1776 피트로 미국 최고 건물의 명예를 되찾게 된다. 건물 높이가 미국이 건국된 1776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기록이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시카고에서 공사중인 시카고 스파이어가 역시 2010년 완공될 예정인데 이 빌딩 높이는 2,000피트로 프리덤 타워를 능가한다. 라스베가스에 세워질 크라운 라스베가스도 다 지어지면 1,888피트로 역시 프리덤 타워보다 더 높다.
마천루는 더 이상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재 세계 최고 건물은 두바이의 부르즈 두바이로 이미 1,790피트 높이를 자랑하고 있으며 2009년 완공되면 2,200피트에 이르게 된다. 그 다음은 대만의 타이페이 101으로 1667피트, 3위가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타워로 1,483피트다. 한 때 미국이 독주하다 시피 하던 마천루 건축이 이제는 아시아권 주도로 넘어간 느낌이다.
흥미로운 것은 마천루 빌딩 건축이 붐을 이룬 직후 경제 위기가 닥쳐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첫 마천루가 등장한 19세기 말 미국이 그랬고 당시 세계 최고 빌딩이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진 후 대공황이 발생했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빌딩 완공 직후에는 1997년 IMF 사태가 터졌다. 이를 ‘바벨탑 신드롬’ 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일각에서는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프리덤 타워와 시카고 스파이어, 크라운 라스베가스가 지어지는 2010년대 미국 경기는 별로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연 이런 예측이 들어맞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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