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서양 음악을 대표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어디가 뽑힐까. 소위 ‘3B’로 불리는 바흐, 베토벤, 브람스를 낳은 독일이 단연 선두를 달리지 않을까. 독일 문화권은 이외에도 모차르트, 슈베르트, 슈만, 슈트라우스, 말러 등 기라성 같은 음악의 대가를 배출했다.
그러나 오페라에 관한 한은 얘기가 좀 달라진다. 지금부터 꼭 400년 전인 1607년 첫 오페라 ‘오르페’를 작곡한 몬테베르디를 위시로 베르디, 푸치니, 로시니 등 오페라는 이탈리아 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B’ 중 바흐와 브람스는 단 한편의 오페라도 작곡하지 않았고 베토벤이 남긴 오페라도 ‘피델리오’ 단 하나뿐이다. 오페라뿐만 아니라 가곡도 압도적으로 이탈리아가 우세하다. 서양 음악 하면 “기악은 독일, 성악은 이탈리아”라고 말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이처럼 이탈리아가 성악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굳힌 이유는 무엇일까. 노래를 좋아하는 국민성에 천재적인 음악가들이 나온 탓도 있지만 이탈리아어의 공도 이에 못지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럽의 주요 언어 중 독일어는 자음 위주로 이뤄진 언어다. 자음과 자음이 부딪혀 부드러운 곡조가 이어지기 힘들다. 반면 프랑스어는 지나치게 모음 위주여서 뼈 없는 연체동물처럼 맺고 끊어지는 맛이 없다. 모음과 자음이 절묘하게 조화돼 노래 부르기에 가장 적합한 언어가 바로 이탈리아어라는 것이다.
이 이탈리아어로 된 가곡과 오페라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인에 알리는 등 누구보다 큰공을 세운 인물의 하나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다. 1935년 빵집 주인이자 가수 지망생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원래 축구 선수가 꿈이었으나 나중에는 성악가로 대성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노래를 불러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집안의 만류로 한 때 초등학교 선생 노릇을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곧 음악계에 뛰어든다.
보험을 팔며 성악 공부를 하던 그는 1965년 당시 오페라 스타였던 조앤 서더랜드의 눈에 띄며 각광을 받기 시작한다. 서더랜드와 함께 도니제티 작 ‘사랑의 묘약’에 출연하면서 미국 무대에 데뷔했으며 그 후 90년대 중반까지 세계 최고의 오페라 가수로 군림하게 된다. 1994년 월드컵 때 LA 다저 스테디엄에서 부른 ‘3 테너‘ 공연은 15억 명이 지켜봤으며 지금까지 그가 판 음반 수는 1억 장을 헤아린다.
일부에서는 90년대 들어 그의 가창력이 크게 떨어졌으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무대에 오르는 등 음악인으로서의 양식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으며 1996년에는 37년 동안 같이 산 아내를 버리고 자기보다 35살 연하의 비서와 살림을 차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그에 대한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그 파바로티가 5일 췌장암과 싸우다 7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갔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주옥같은 아리아와 가곡은 오래 동안 팬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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