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샤워에 초청을 받으면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이 색깔이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선물을 마련해야 하는 데 아기의 성별을 모르면 참 곤란해진다.
남자아이는 파랑, 여자아이는 분홍이라는 성별 색깔 구분이 아기에 대해서는 유난히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기는 사실 겉으로 봐서는 성별이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옷 색깔로 구분을 지어주어야 할 필요도 없지 않다.
그래서 사내아이는 태어나자마자 파랑 일색으로, 여자아이는 핑크 일색으로 자라는 데 이런 전통 아닌 전통이 확립된 데는 마케팅 전략이 크게 한몫을 한 것은 물론이다.
그런가 하면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중세 서양에서는 파란색이 악신으로부터 아기를 보호해준다고 믿는 미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내아기가 태어나면 파란색 옷을 입혔다는 설이 있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당시, 딸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쓰지 않다가 훨씬 나중에 남아와 구분해 핑크를 여자아이들에게 입혔다는 것이다.
시작이 어떠하든 자라면서 남자아이들은 파랑, 여자아이들은 핑크를 자기의 색깔로 여기며 좋아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여자아이는 파랑을 좋아해도 별 문제가 없지만 남자아이가 핑크를 좋아하면 부모들은 은근히 걱정을 하는 것이 우리의 색깔 문화이다.
그런데 성별에 따른 색깔 선호가 후천적이 아니라 타고 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들이 핑크, 혹은 붉은 계통을 좋아하는 것은 태고 적부터 유전인자에 각인된 생물학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영국의 뉴캐슬 대학 연구진이 남녀 208명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색깔 고르기 실험을 한 결과에 의하면 남녀 상관없이 누구나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파랑 -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은 파랑 중에서도 핑크색이나 붉은 색이 감도는 파랑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남녀의 이 같은 차이가 원시 수렵채집 시대의 남녀 역할과 상관이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며 열매·과일을 따는 게 일이던 여성들은 잘 익은 열매와 과일의 붉은 색, 건강한 아기의 붉은 혈색을 좋아하게 되었고, 사냥해서 가족들을 먹이던 남성들은 사냥하기 좋은 청명한 날씨의 파란 하늘색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파랑은 식욕을 억제하는 색깔로도 알려져 있다. 이 역시 유전적 뿌리와 상관이 있다. 남성들이 사냥해온 육류이건, 여성들이 채집해온 열매나 과일, 야채이건 자연 세계에는 파랑 먹거리가 거의 없다. 그래서 원시인들에게 파랑은 독성이 있거나 상한 것으로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색깔이 되었다는 해석이다.
그 아득한 인식의 잔재가 유전자를 타고 지금껏 이어져서 우리는 파란색만 보면 식욕이 떨어진다고 한다. 체중을 줄이려면 파란색 접시를 쓰고, 냉장고에 파란 전등을 켜라고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반면 핑크는 안심시키는 색깔. 교도소에서 가장 난폭한 죄수들을 가두는 방에는 핑크색을 잘 쓴다고 한다. 핑크색에 둘러싸여 있으면 분노와 적대감이 가라앉고 전의가 사라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우리의 어떤 유전적 뿌리와 상관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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