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고 묻거든 “그냥”이라 받아넘기며
실천하는 수행자 법륜 스님 북가주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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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28일 2차례 강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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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신군부. 1979년 겨울을 타고넘어 1980년 봄을 깔아뭉갠 그들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들의 진군에 걸림돌이 된다면 가차없이 짓밟고 가두고 베었다. 쏘았다. 에누리없이 쏘았다. 불교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더했으면 더했다. 한밤중에 꼭두새벽에 들이닥친 계엄군의 군홧발에 수행도량은 무력하게 무너졌고 수행자들은 비참하게 쓰러졌다(80년 10/27 법란).
대저 불교란 무엇인가. 도대체 이래서야 되는가. 마땅히 구제해야 할 중생들이 억압받고 신음하는데 스님들이 나몰라라 눈을 감고 모로 틀어앉아 저 홀로 청정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청정하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버려라 놓아라 쉼없이 닦아라 조석으로 외우고 염하면서, 내 절 네 절 셈하고 시샘하고 다투기를 저잣거리 무지랭이들보다 더한다면야….
청년 최석호 법사는 둘 다 참지 못했던 모양이다. 무참하게 짓밟는 군부에도, 무력하게 당하는 교계에도. 하나 더 있었을 게다. 그 음울한 겨울공화국 한가운데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자신에게도.
잠자코 있지만은 않았다. 그가 멋대로 꿈틀거리게 놔둘 시대일 리 없었다. 이내 쫓겼다. 금세 잡혔다. 꽁꽁 묶였다. 두 차례의 투옥과 모진 고문. 거기서 그는 자신도 놀란 자신을 발견했다. “총만 있으마 다 쏴직이고 싶은” 무시무시한 살기가 “내 몸 안에” 있다니.
장애 가운데서 도를 얻으라 했던가. 자신도 모르게 치미는 살기를 관하면서, 부초 같은 한 목숨 살고자 와들와들 떠는 자신을 관하면서, 그의 한생각 돌이킴이 일어났다고 한다.
놓자 남김없이 놓자. 살고자 하는 욕망을 버린 이상,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놓은 이상, 발버둥을 칠 일도 없고, 고문기술자들에 대한 살기도 흔적없이 사라졌다. 손이 묶여 있으니 저절로 합장이 되어 좋고, 일 안해도 가둬놓고 삼시 세끼 밥을 주니 참선하기 좋고 염불하기 좋고…. 한생각 돌이키니 극락이 따로 없더란다. 최석호 법사에서 법륜 스님이 된 오늘날까지 이어오는 저 ‘깨달음의 장’은 실은 감옥에서 시작됐다. 첫 행자들은 함께 갇힌 죄수들이었다. 완전히 갇힌 곳에서 그들은 완전한 자유를 더듬었다.
80년대 후반, 세상은 확 뒤집혔다. 갇힌 자들이 풀려나고 가둔 자들이 갇혔다. 짓누른 자들이 짓눌리고 짓눌린 자들이 짓눌렸다. 세속의 잣대로 보면 ‘기회는 찬스’였다. 갇혔다 풀려난 이들 가운데 많이 이들이 잃어버린 세월을 벌충하듯 영화를 곱빼기로 누렸다. 누리고자 했다. 대불련 배후 지도자(군부정권 용어로는 조종자) 최석호 법사 앞에도 대로가 훤히 뚫렸다.
그러나, 그런 뒤바뀜의 시대가 정점을 향하던 91년 어느날, 최석호 법사는 머리를 깎았다. 비로소 법륜 스님이 됐다. 머리를 깎았다고 달라진 건 없었다. 감옥에서 발원한 ‘깨장’은 계속됐다. 90년대 중반 북한 대기근 때 앞장서 구호활동을 전개해 초교파적 초정파적 메아리를 불렀다. 인도 필리핀 등지에서의 봉사활동에 더욱 탄력이 붙었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네가 없으면 내가 없다는 불교적 연기관을 환경운동에 접목(에코붓다)시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토회 활동에도 쉼표가 없다. 정토회는 유엔에 비정부 민간기구로 등재됐다. 샌프란시스코지회가 생겨 걸음마를 막 끝내고 빈그릇운동과 북한돕기 등 실천활동에 촉수를 넓히고 있다.
정권이 눈초리를 치뜨고서 감시할 때 종단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괄시할 때, “왜”냐고 “어떻게”냐고 묻거든 “그냥’이라고 답하면서, 세상이 어둡다 더럽다 난무하는 한탄을 “어둡거든 스스로 등불이 되고 더럽거든 깨끗하게 하면 되지”라고 받아넘기면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뭐 대단한 일 어려운 일 찾고말고 할 것 없이 그냥 할일만 해도 되이 그 또한 복 아니냐”고 한술 더 떠 웃어넘기면서, 그냥 그렇게 하던 일을 해오고 있는 그에게 지난 2002년 아시아판 노벨상이라는 막사이사이상이 주어졌다. 지난 연말 1700년 한국불교 사상 가장 존경하는 스님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원효 큰스님, 성철 큰스님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점수를 받았다. 살아있는 스님으로는 최고였다. 지난달 1일에는 일제하 한국불교의 큰 심지 용성 진종(白龍城) 조사의 얼과 사상이 깃든 전북 장수군 죽림정사의 제2대 주지로 취임했다.
법륜 스님이 이달 말 북가주에 온다. 지난달 27일 시작된 2007 해외순회법회의 일환이다. 필리핀, 뉴욕, 워싱턴, 콜럼버스, LA, 피닉스 등을 거쳐 27일 북가주에 오는 법륜 스님은 도착 당일(27일)과 이튿날(28일) 2차례 강연한다. 한번은 타커뮤니티 사람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데 주제는 “세계평화와 환경”이다(UC버클리 예정). 한인들 대상 강연 주제는 “참다운 행복”이다(디앤자칼리지 예정). 보다 자세한 일정과 장소는 조만간 확정된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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