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 이윤우 법사(전 대불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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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결과는 마치 빛과 그림자 같이 서로 따르는 법칙이다. 그러나 인과는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자연 과학과 사회 과학을 막론하고 엄청난 이론과 사실 규명이 증명되어야 하는 발견된 법칙이며 연구된 법칙이다.
환경이 우리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우리가 환경을 지배해야 살아 남아서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의 문명사가 인류의 역사다. 처음에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았지만 인간의 두뇌개발에 따라 차츰 환경의 개선과 지배를 일삼게 되었다. 이것이 인간의 지배 문명이다.
지배문명에는 필연적으로 착취와 계급과 투쟁과 파괴가 따랐다. 세월이 거듭될수록 인과는 인과를 확대 재생산해 온 것이 아닌가. 이렇게 해서 세월 따라 한없이 인과가 경과된다면 마침내 어떻게 될 것인가. 허허! 끝장이 난다는 것이 <종말론>이다.
여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옛적 가섭부처님이 우주를 가르치는 시절에 어느 학인이 대선사에게 찾아와 물었다.
<도인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떨어지지 않습니까> 선사가 대답하되 <인과라니. 도인이 무슨 인과가 남아 거기에 떨어지랴 (불락인과, 不落因果)> 이 잘못된 대답 때문에 그는 오백생애 동안 여우의 몸을 받았다는 고사(古事)다.
이 일을 오백겁이나 후대의 수행자가 다시 백장선사에게 물었다. <스님이시라면 이 일을 어찌 대답하시겠습니까.> 백장이 대답하되 <인과에 어둡지 않을 뿐이니라 (불매인과, 不昧因果)>.
이 말이 오고감을 뒤늦게 전해 들은 황벽대사가 백장스님에게 따졌다. <그러시다면 그 인과의 끝은 마침내 어찌 결말이 나겠습니까.> 백장이 대답하려 들자 황벽이 재빨리 손을 들어 스승의 볼기짝을 철썩 소리나게 때렸다. 그러자 백장이 크게 웃으며 <붉은 수염이 있건 없건 오랑캐는 오랑캐다>.
다시 세월이 흘러 후대의 무문(無門) 스님이 이것을 평하여 <인과에 떨어지니 안떨어지니 하는 등과 어둡느니 어둡지 않는니 등이 죄다 헛소리에 불과하다. 들짐승이 되고, 인간이 되고, 하늘나라에 태어나고 간에 이러저리 윤회하는 것이 모두 풍류(風流)이거늘.>
이렇게 윤회를 풍류 정도로 이해하는 무문스님은 과연 놀랍다. 바람따라 흩날리는 티끌들이여, 우리들이여, 모든 걸 내려 놓고 이야기 하자. 언제 어디서 무슨 바람이 불 것인지 말이다.
불교는 인과의 엄중함에 대해서 경고만 할 뿐 죄와 벌에 대해서 논하지 않는다. 죄에 대해서도 관대하며 벌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원인에 대해서도 관대하며 결과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나에 대해서도 관대하며 너한테도 관대하다. 무엇에나 두루 관대한 것, 이것이 내려 놓는 일이다 (방하착, 放下着). 무아(無我)는 <완성된 방하착>이며 우주와 더불어 관대해지는 자가 도인이다.
나아가 불교는 인과와 법칙성의 엄숙함에서 한 발 비껴나 한결 보드라운 인연법을 주로 설한다. 인연상결(相結)이라. 서로 얽혀져 맺는 것이 인연이니 풀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풀고 살자는 말이다. 인연과 인과는 다 내 마음 속의 물거품이며 물거품 속의 내 마음이다. 인과를 넘어서면 윤회는 끝이다. 윤회를 벗어난다는 것은 윤회 없음이 아니고 윤회를 상관치 않음이니 즉 윤회와 더불어 화해하고 관대해졌다는 것이다.
풍류세상(風流世上)의 허허로움일 뿐이다. 그러므로 윤회적 실존인 우리는 무조건 관대해져야 한다. 불자들이 보물처럼 껴안고 사는 공(空)사상도, 중도의 원리도 알고보면 관대해지는 것 외의 일이 아니다. 공(空)이 별 것인가. 왜 그리도 공(空)이라는 말 앞에 쩔쩔매는가. 관대해져서 내려 놓은 마음이 공(空) 아닌가. 금강경의 저 유명한 무쟁삼매(無諍三昧)도 바로 이것을 말한다.
이 지역의 불자들을 위해 한국 불교계의 유명인사인 지광스님이 다녀가셨다. 학력위조의 덫에서 커밍아웃하신 이후의 첫 대중 접촉이다. 관세음보살을 흠앙하는 관음기도를 오랫동안 용맹정진하신, 수행력이 탄탄하신 스님이라 하신다. 인연이 서로 얽혀 인과에 허덕이는 중생을 위해 보여주는 관음보살의 분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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