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뢰어 목사 ‘아메리카, 파시즘 그리고 하느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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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단(heresy)을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선택하다’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선택한다는 것이 왜 잘못된 것으로 보이는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한 교회의 담임목사인 데이비슨 뢰어는 자신이 던진 이 질문에 일부 오만한 작은 집단들이 선택은 끝났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요, 그들 자신만이 이 모든 ‘하느님의 일’을 이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들의 선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이단자로 정의된다는 점에서 목사인 자신 역시 그야말로 철저한 이단자라고 말한다. ‘이단 목사’임을 자처하는 뢰어가 2001년 9ㆍ11사태를 전후해 5년 사이 행한 설교를 엮은 ‘아메리카, 파시즘 그리고 하느님’(샨티 펴냄)이 번역 출간됐다. 저자는 먼저 인간사회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신이 아니라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하느님이 꼭두각시 인형을 부리는 ‘사람’보다 거꾸로 사람 손에 부림을 당하는 꼭두각시 인형과 더 닮아 보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2등시민이라거나 지옥에 떨어질 사람이라는 느낌을 강요받는 일 없이, 자신의 신학적, 사회적, 도덕적 혹은 정치적 신념을 말로 표현해도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교회에 결여돼 있다고 비난한다. 이어 진심에서 우러난 믿음이라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똑같이 순수한 것으로 환영받는 분위기를 강조한다.
어떤 신학, 어떤 사회적 이데올로기, 어떤 정치적 강령이라는 당파적 노선을 따르고 지배와 복종 관계를 제도화하는 것은 신과 제도를 우리 손에 놀아나는 꼭두각시로 바꾸려는 영원한 갈망이라고 저자는 바라본다. 따라서 올바른 입장은 오로지 하나뿐이며 바로 자신들이 그런 올바른 입장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들이라고 확신한다.
저자는 소수의 부자들이 권력을 독점 행사하는 미국의 금권 정치, 세계 초강대국이라는 제국주의적 꿈, 그리고 이를 종교적, 도덕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삼위일체가 돼 미국을 파시즘으로 휘몰고 있다고 주장한다.
파시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은 기독교인들이 교회에 도전할 필요가 있고, 교회가 우리의 가장 못된 목사들의 저열한 종교가 아니라 예수가 대표했던 완전한 사랑을 설교하고 실천하라고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직한 종교의 영혼은 자신의 가장 훌륭한 모습을 추구하는 인간의 영혼이며, 모든 정당한 종교의 영혼은 인간의 정신이라는 결론이다. 저자는 종교의 지평을 하느님으로부터 인간으로, 초월적 내세에서 이곳에서의 삶으로 바꾸자고 역설한다. 우리의 잘못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다시 말해 어떤 종교의 신들을 숭배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과제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고귀한 이상들을 보고 그 이상들을 구현하기 위해 함께 애쓰는 것이다.(235쪽) 정연복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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