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뷰티’는 평범해 보이는 한 미국 가정이 안고 있는 온갖 문제를 극적으로 파헤쳐 2000년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작품이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 중에 미 해병 출신인 피츠 대령이란 사람이 있다. 천성적으로 호모를 증오하는 그는 자기 아들이 호모라고 오해하고 집에서 내쫓고 의절까지 한다. 그러나 아들의 파트너라고 잘못 생각한 이웃집 남자 레스터에게 자신도 모르게 끌려 관계를 가지려다 거절당한다. 자신의 정체가 밝혀질 것을 두려워한 그는 결국 레스터를 죽이고 만다.
영화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유난히 동성연애자를 미워하는 사람 중에는 호모 기질이 있는 사람이 많다.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가리기 위해 과잉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인물 가운데 하나로 요즘 주목받는 사람이 래리 크레이그 연방 상원의원(62, 공, 아이다호)이다. 그는 지난 6월 미니애폴리스 공항 화장실에서 동성연애자들의 성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잠복근무 중인 경찰에 의해 체포돼 공공장소에서의 ‘음란 행위’보다는 가벼운 ‘문란 행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500여 달러의 벌금을 문 뒤 풀려났다.
나중에 이 일이 커지자 그는 자신은 잘못이 없으며 유죄를 인정한 것이야말로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는 동성애자들이 화장실에서 파트너를 찾을 때 보내는 신호인 구두로 바닥을 두드리고 손으로 신호를 보낸 것으로 경찰 리포트에 기록돼 있는데 이는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찾기 위해서였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담당 경찰은 휴지 따위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크레이그 의원이 호모라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나왔었다. ‘아이다호 스테이츠먼’ 신문은 이에 관한 장문의 기사를 최근 실었으며 동성애자 단체에서도 그와 관계를 가졌다는 사람들의 증언을 확보해 놓고 있다. 문제는 그가 소위 ‘가족적 가치’를 중시하면서 동성애자 권익 옹호에는 앞장서 반대해 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이 폭로되면서 동료 공화당 의원은 물론 그의 지역구 지지자들까지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그와 친분이 두터웠던 공화당의 미트 롬니 대통령 후보도 즉시 관계를 끊어버렸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크레이그 의원은 재선이 아니라 현 임기를 마칠 수 있을 지가 불투명한 상태다.
지금 각종 스캔들로 곤경에 빠져있는 연방 상원의원은 그만이 아니다. 테드 스티븐스 의원(알래스카)은 독직 및 정실 인사로, 데이빗 비터 의원(루이지애나)은 워싱턴 마담의 고객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음이 밝혀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교롭게 이들 모두 공화당원이다.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취약한 공화당으로서는 상원 의원들의 잇단 스캔들이야말로 무엇보다 원하지 않는 바다. 내년 선거는 치러보나 마나라는 말이 공화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공화당의 추락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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