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무실이 고층이어서 주변이 빤히 내려다보입니다. 이 자리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만 꼽아도 콘도 새로 짓는 곳이 4군데나 되는 군요”
LA 코리아타운의 콘도 과포화 상태를 우려하는 한 부동산중개업자의 말이다.
굳이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코리아타운이 지난 2-3년 콘도 붐으로 뜨거웠던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자동차로 타운을 운전하다 보면 여기도 새 콘도, 저기도 새 콘도이다.
길게 잡아 지난 4년 사이 코리아타운은 새 콘도들로 거리 풍경이 바뀌었다. ‘콘도가 짭짤하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기존의 아파트들이 줄줄이 콘도로 탈바꿈하고, 10여년씩 폐허나 다름없던 건물들이 콘도로 부활했으며, 공터 마다 새 콘도들이 들어섰다.
여기서 뚝딱 저기서 뚝딱 건축 열기로 활기찬 거리를 지나다 보면 여기가 서울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이다. 타운 일대에서 콘도 등 다세대 주택과 단독주택의 비율은 30대 70 정도로 보는 것이 통상적. 지금은 49대 51로 거의 반반이다.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콘도가 세워졌다는 말이다.
그런데 콘도 건축은 여기서 그칠 전망이 아니다. LA 다운타운과 코리아타운을 포함하는 지역에서 현재 건축 중이거나 건축을 계획 중인 콘도가 2만 유닛이라는 통계가 있다. ‘콘도 과포화’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많은 콘도에는 누가 살까? 근년 코리아타운 유입인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고새면 늘어나는 콘도를 다 채울 정도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콘도 가격이 좀 비싼가. 1400 평방피트 전후 2베드룸이면 분양가가 보통 70만 달러. 다운 페이먼트를 20% 한다 해도 나머지 액수 융자금의 월 납입금은 3,500달러 정도. 거기에 콘도 유지비, 세금 등을 합치면 매달 5,000달러가 주거비로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월수입이 1만 달러는 되어야 감당할 액수인데 그만한 경제력을 갖춘 사람이 흔치는 않다.
그런데도 콘도를 분양하면 그날로 마감되곤 하던 것이 최근까지의 콘도 붐이다. 열기가 한창 뜨겁던 지난해 모 콘도 분양 시에는 신청자들이 전날 밤부터 줄을 서서 신청해 화제가 되었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의 귀띔이다.
“한인들은 뭐가 잘 된다 하면 우르르 몰려가는 성향이 강하지요. 더구나 분양 신청은 계약금을 거는 것도 아니고 신청서만 쓰면 되니까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문제는 ‘다 팔렸다’던 콘도들 중 상당수는 아직도 주인을 찾고 있다는 사실. 지난해 6월 타운의 한 콘도를 구입하고 2개월 전 입주한 한 직장인은 건물이 너무 비어서 놀랐다고 한다.
“200여 유닛 되는 콘도인데 50여 가구가 입주했을까요? 3/4은 비어있습니다”
콘도 붐을 탄 과도한 건축, 그 뒤에 불어 닥친 부동산 경기 냉각이 원인이다. 워낙 거래가 없다보니 얼마 전부터는 슬금슬금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 지난해 60-70만 달러하던 콘도들이 지금은 50-60만 달러 선이다. 지금도 계속 짓고 있는 그 많은 콘도들에 누가 들어가 살지, 부동산 시장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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