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비디오카세트의 등장은 20세기 미국인들의 여가 사용법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사건으로 꼽힌다. 전에는 극장에 가거나 TV에서 10분이 멀다 하고 나오는 광고를 참아가며 봐야했던 영화를 안방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영화관, 특히 70년대 성업 중이던 성인 영화관은 대부분 문을 닫게 됐다.
비디오카세트 중 처음 나온 것은 소니가 선보인 베타맥스였다. 70년대 중반에 나온 이 포맷은 화질은 좋았으나 녹음 시간이 짧은 것이 흠이었다. 이를 개선, 소니의 독주에 제동을 건 것이 마쓰시다가 개발한 VHS다. 베타맥스와 VHS의 전쟁은 10년 이상 계속됐으나 RCA 등 미국 주요 소매 체인이 VHS 편을 들고 나오면서 끝이 나고 한동안 VHS 전성시대가 계속됐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90년대 초 레이저를 이용한 고화질 영상 기록 수단인 DVD가 나오면서 VHS는 과거 베타맥스가 그랬던 것처럼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이제 VHS 플레이어는 전자 제품 가게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DVD 개발업자들은 오래 계속되며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불편을 줬던 VHS-베타맥스 전쟁의 되풀이를 피하기 위해 이를 단일 포맷으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지난 10여 년 동안 소비자들은 어떤 기종을 택할까 고민할 필요 없이 모든 종류의 영화를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휴전은 이제 끝나고 차세대 DVD간의 전투가 새롭게 벌어지고 있다. 고 해상도 DVD인 도시바의 HD DVD와 소니의 블루-레이의 싸움이 그것이다. 일반 TV와 HD TV와의 화질만큼 차이가 나는 새 DVD는 올 크리스마스 최고 인기 선물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데 문제는 이것이 두 종류라는 점.
HD DVD는 상대적으로 플레이어 가격이 싸지만 화질이 다소 떨어지고 녹화 시간도 짧다. 반면 블루-레이는 그 반대다. 플레이어 가격은 HD DVD가 299달러, 블루-레이는 499달러로 HD가 가격 경쟁력이 있지만 블럭버스터나 타겟 같은 가게는 블루-레이만을 취급한다고 한다.
문제는 영화 제작사들이 완전히 두 패로 갈라져 자기가 만든 영화를 한 포맷으로만 출시한다는데 있다. 패러마운트와 드림웍스, 유니버설은 HD DVD로만, 소니와 20세기 폭스, 월트 디즈니, MGM은 블루-레이로만 영화를 내놓고 있다. 타임워너만 양쪽 포맷으로 영화를 내놓는 유일한 영화사다. 또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는 그에게 소유권이 있어 양쪽으로 다 나온다고 한다.
이 와중에 소비자들은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 지 고민 중이다. 모든 영화를 다 고화질로 보려면 기계를 두 대 사거나 양쪽 겸용 콤보 플레이어를 사야 하는데 너무 값이 비싸다. 이제 와서 양쪽이 타협안을 내기는 너무 늦었고 둘 중 누가 살아남느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오랜 기간 벌어질 전망이다. 과연 누가 고화질 DVD 시장의 승자로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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