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가르칠 때마다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는 단연 피아노다. 그런 피아노에게 친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메트로놈’ 즉 박자기라는 녀석이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면 나는 종종 ‘피아노는 나의 사랑, 메트로놈은 나의 친구’라고 소개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전자식 메트로놈까지 나오며 시대에 따라 모양도 많이 바뀌었지만 메트로놈이 처음 개발되던 당시의 마음은 ‘우정’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메트로놈(Metronome)은 시계추의 원리를 응용하여 개발한 박자기로 멜젤 메트로놈(Melzel Metronome)이라는 사람이 개발했다. 그는 베토벤의 주치의이자 친구였는데 베토벤의 청력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서 음악하는 친구를 위해 발명한 것이다. 친구를 위해 개발된 이 기구는 이제 나 뿐 아니라 수많은 음악인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친구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레슨을 받는 학생들은 종종 메트로놈 소리가 듣기 싫다고 말한다. 그것은 박자기가 피아노 앞에 그들을 앉혀놓는 하나의 속박으로 느껴지거나 때로는 자신의 연주를 구속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 역시도 흥에 겨워 연주를 하다보면 빠르게 또는 느리게 연주하고 싶을 때마다 어김없이 메트로놈에 의해 제재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특히나 읽기 힘든 악보를 겨우 겨우 읽어 나갈 때면 마치 뒤에서 무언가가 쫓아오는 듯 느껴질 때도 있으니 말이다. 메트로놈이 알려주는 박자에 맞춰가며 그 안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표현해내기까지는 나 역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했다. 음악을 시작한지 30여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도 메트로놈과 같은 장치들이 있다. 사회 구성원이라면 반드시 지켜야하는 법칙과 규칙, 때로는 도덕과 양심이 바로 그것이다. 만약 연주자가 메트로놈 박자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연주한다면 그 연주는 박자없는 엉성한 연주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지켜야할 법규들을 어기면 그때부터 우리 사회 역시 엉킨 실타래가 되고 말 것이다.
쉬운 예로 몇 년 전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만두 파동을 들 수 있다. 불량 만두를 만들어 시민들을 마루타로 이용한 이 사건은 결국 무도덕, 무양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남의 건강은 어찌되든 생각도 않고 자신의 이윤만을 위해 버리는 음식 찌꺼기로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는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귀 기울이며 접하는 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인질문제는 잘 잘못을 떠나 신중히 생각을 해서 표현해야 되는 문제라 생각된다. 인터넷, 방송, 언론등을 통해 노심초사 잠을 설치며 촉각을 세우고 있는 그들 가족들의 마음에 우리의 한 마디가 어떠한 상처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시비를 가리고 정죄하며 심판을 하기엔 조금 이르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일엔 순서가 있지 않은가! 함께 위로해 주며 무사 귀가를 위해 한마음으로 염원해 주는 것이 지금 우리가 행동해야할 순서라 본다.
참다운 자유는 절대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상처를 입히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 해도 인터넷 게시판에 어떤 말이든 올릴 수 있는 자유국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고 해도,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비방이 되는 언어는 절제 해야하지 않을까? 나의 생각을, 그리고 나의 혀를, 나의 행동을 자제시킬 수 있는 인생의 메트로놈은 무엇일까, 오늘 생각해 본다.
앤드루 박 / 베데스다 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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