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한국의 한 기관의 LA지사장을 지낸 인사의 학력위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본사에서 잘 나가다 LA지사장으로 부임한 이 인사는 입사 후 줄곧 명문으로 일컬어지는 S상대 출신으로 행세해 왔는데 LA 지사장을 마치고 돌아간 후 학력 위조사실이 들통 나 면직되는 창피를 당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인사가 그 회사 내의 S상대 출신 교우회장까지 지냈다는 사실인데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행세했던 사례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넷의 발달은 학력위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양날의 칼’과 같다. 인터넷 클릭 몇 번으로 가짜 성적표부터 졸업장, 그리고 학위증서까지 염가로 손에 쥘 수 있게 됐지만 의혹의 확산 또한 순간적으로 이뤄지고 검증도 손쉬워져 곧바로 사실이 드러나게 되니 말이다.
80년대 초 한인사회에 은행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을 때 여자 행원들이 제출한 이력서 상의 학력은 한국의 E대학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부 행원들의 학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한 은행에서 일률적으로 최종 학력 증명서를 제출토록 한 결과 상당수가 고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증 시스템이 거의 없었던 시절의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제 학력과 경력에 대한 검증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모르는 시대가 됐다. 최근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저명인사들의 학력위조 스캔들은 대부분 그들이 홈페이지에 올린 학력과 경력, 그리고 유명인들의 경력을 안내해 주는 포털사이트에 올라 있는 정보들이 빌미가 됐다.
학력과 경력을 위조하거나 부풀리는 일은 그런 행위가 개인적 이득이 될 수 있는 환경 속에서는 근절되기 힘든 유혹이다. 지난달 뉴욕에서는 이곳에 소재한 한 사립대학의 성적표와 졸업장 등을 여러해 동안 위조해 팔아 오던 일당 10명이 기소됐다. 이들은 수년동안 건당 3,000달러에서 2만5,000달러까지 받고 위조문서를 팔아 오다 걸렸다.
이런 비즈니스가 발을 붙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요즘의 한국처럼 줄사탕은 아니더라도 미국에서도 대기업 CEO나 중역들이 학력을 속였다가 들통 나 불명예 퇴진 하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한인사회에서도 일부 유명 인사들과 예술계 인사들이 밝히고 다니는 학력과 경력이 사실이 아니라는 소문이 나돈다. 위조된 학력과 경력이 그들의 입신양명에 적극적으로 이용되거나 타인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은 공론화 할 필요가 별로 없다고 여겨지긴 하지만 찜찜함은 털어 버리기 힘들다.
결국 학력위조는 ‘피해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떳떳한 태도라 보기 힘들다. 거짓말은 종종 그것을 숨기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된다. 그러다 보면 수습이 힘든 단계에 이른다.
학력과 경력을 위조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한가지. 유명해 질 욕심 안 부리고 생업에만 종사한다면 그냥 덮여진 채로 계속 가겠지만 자칫 욕심 부리다가는 망신을 각오해야 한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는 영어 속담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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