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멀리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해져 오는 무장단체의 한국인 납치사건 보도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해 하고 있다. 1
납치된 인질 가족들은 깊은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도 이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시때때로 전해져 오는 여러 매체들의 현지 상황 보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는 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롤러코스터 티듯 하는 감정의 기복은 잔잔한 슬픔보다 훨씬 견디기 힘든 법이다. 지켜 보는 입장에서 괜히 죄송한 마음까지 든다. 그 곳에서 폭탄을 등에 진채 언제든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 광란자들 사이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인질들의 일분 일초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일분 일초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고통의 시간이 벌써 반달을 넘어섰다.
최근들어 비뚤어진 가족들,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참사들이 신문지상에 자주 보도된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끼리 공유하고 있던 소속감과 일체감이 깨지면 종종 남만도 못한 관계가 되어 버리곤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만으로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 구성원의 어려움을 자신의 어려움처럼 여기며 힘들어 하는 가족들이 있는가 하면 서로 등 돌리고 극한 상황까지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다.
법조계에 있다 보면 후자의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런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가족간의 문제로 변호사를 찾아올 경우에는 상당한 각오를 하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미국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부모 형제가 한국에 있는 경우가 많고 오랜 기간 떨어져 있었던 관계로 그 사이에 일어난 가족간의 관계 변화와 재산 문제가 싸움의 화근이 되는 경우가 특히 많다.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분배가 미국에 있는 자신에게만 불리하게 되었다던가, 자신도 모르게 상속재산이 처분이 되었다던가 하는 등의 문제가 대다수이다.
이민생활은 어느 편의점 이름과 같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열심히 일하는 삶인데 그러다 보니 한국의 일을 소홀히 여기게 되기 십상이고 이는 종종 가족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어 버린다. 오랜 기간이 지나면서 서로 소홀해지게 되면 갈등과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무리 부모 형제라도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분통으로 상담을 시작한다. 결국은 가족사이에 신뢰와 사랑이 무너지고 서로간에 무관심해 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인 듯 싶다. 연락 한번 없다가 재산문제가 생길 때만 나타나는 쪽이나, 집 떠나 사는 사람들의 고충을 이해해 주지 않는 쪽이나 모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은 사회에서 만나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관계이다. 그렇지만 가족간의 신뢰와 사랑이 핏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절로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노력이 양보가 뒤따라야 한다.
이 곳에 유학을 왔거나 이민으로 정착하고자 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많다. 미국생활 기간이 길어질수록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의 연락이 뜸해 지는 경향을 볼수 잇다. 나도 유학초기에는 잦던 연락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기쁘면 기쁜대로,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한국의 가족들과 좀 더 자주 연락하면서 가족애를 쌓아 가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이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을 경우 자칫 ‘가족’이 자칫 허울로만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가 우리 모두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김유정 / 법무법인 비전 LA지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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