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떠나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는
내가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나를 들이마신 사람들의 위장 속에서
돌아갈 길이 너무 멀어 주저 앉아버린 사람들처럼
나에게로 내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느리게 걸어오는 꽃과
가느다란 나의 목소리를 달빛에게 던지며
발을 옮기는 눈앞의 것들을 외면한다
門의 중심에 별들이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들을 하나씩 地上에 내리고
나를 향해 몰려드는 수많은 내가
畢生을 거는 푸른빛에 시비를 걸 때
저 낮은 곳으로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더욱
잔인해지고 기억의 음성만이 시간의 너머에서
푸석하게 들려올 때
나는 나무가 꽃을 살피는 틈을 타
빛이 밴 창문을 열어젖히며 수많은 내가 싸늘하게
시간 속에 凌蔑을 퍼뜨리는 것을 본다
손가락들이 흩어져 굳어 가는 것을 본다
박주택 (1959~) ‘門’ 전문
‘나에게로 내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을 나는 충분히 안다. 열 번 스무 번을 읽어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또렷하게 이해를 해서 울컥! 눈물이 솟구치기까지 한다. ‘畢生을 거는 푸른빛에 시비를 거는’ 오오 가엾고도 두려운, 밉고도 절절하게 그리운 것이 ‘나를 떠나간 나’인 것을 어찌하랴. 언제나 이율배반적인 것이.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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