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쇠난간 같다 물렁한 살들이 시멘트처럼 굳게 움켜잡은 인연의 끈들 부서져야 뽑히거나 안국동과 종로에서 우연히 만나 언제 술 한잔 건성으로 기약하거나 잡으면 손이 시리다 구구절절 마음이 어둡다 그런 줄 알면서도 어차피 세월 가파라질수록 의지할 수밖에 없는 허황한 외로움
저기 저 쇠난간을 부여잡고 가쁜 숨으로 계단을 오르는 노인의 야왼 손이 쓸쓸히 언다
조항록 (1967~) ‘인연에 대하여’ 전문
‘인연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등등, 인연에 관한 말들은 대부분 긍정적이나, 시인은 문득 회의를 느낀다. 온기와 부드러움을 느낄 수 없는 손들. 그러면서도 시멘트처럼 한 데 뒤엉겨 굳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대인들의 인연관계라는 것. 진정으로 마음 나누지 못하고, 필요에 따라 관계형성을 이루고 있는 인간들의 현주소를 자못 쓸쓸한 노인의 모습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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