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행장은 한인은행들이 이제는 성장 위주보다는 건전성을 뒤돌아봐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 손성원 한미은행장
손성원 한미은행장은 부동산 시장 냉각과 저금리 퇴조 등의 영향으로 고속성장 궤도를 달려오던 한인은행들은 중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덩치만 키우는 전략보다는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손 행장은 또 “아직까지 한인은행 간 합병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수합병이 반드시 성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손 행장을 만나 한인은행들의 현안과 과제, 타운 경제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손 행장과의 일문일답.
은행들 고성장 제동… 자산 건전성 돌아봐야
주류은행에 고객 안 뺏기려면 상품개발 시급
-부동산계의 침체와 함께 한인은행들의 성장이 주춤하다. 주가도 폭락하고 있다. 최근 한인은행의 현주소를 진단해 달라.
▲한인은행들에게는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거침없는 성장을 거듭하던 한인은행들이 주춤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저금리 퇴조와 부동산 시장의 냉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다 한인은행들 간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4-5개 은행이 영업하던 시절과 14곳이 경쟁하는 시장은 하늘과 땅 차이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 주류은행은 물론 중국계 은행까지 한인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이들 은행의 경우 프로덕트도 좋고 프라이싱도 유리하다. 주류 은행들은 코리안마켓을 치고 들어오는 데 우리는 14개로 흩어져 있으니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 같은 전환의 시대를 맞아 한인은행이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월스트릿에서 한인은행들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덩치만 너무 키웠다는 것이다. 성장 위주로만 가다보니 자산 퀄리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제는 건전성을 뒤돌아봐야 할 시기다.
또 시각을 한인은행끼리만이 아닌 주류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인은행 중에서도 ‘커뮤니티 뱅크’를 벗어난 ‘리저널 뱅크’가 하나쯤 탄생해야 한다. 다양한 프로덕트와 월등한 서비스로 고객층을 창출하고 넓혀야 된다는 말이다.
또 현재의 인력난과 인건비와 디파짓 비용 상승, 론 마진 감소 등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인은행간의 경쟁이 너무 심하다 보니 디파짓 코스트만 해도 주류 은행에 비해 훨씬 높다.
-이사들의 지나친 경영간섭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사진과 경영진간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설명해 달라.
▲한인은행들의 경영진과 이사진 간의 갈등문제는 예전보다는 개선된 것으로 평가한다. 원칙론을 이야기하자면 이사회는 큰 틀의 정책을 만들고 경영진은 실행하는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지면 된다. 이사회의 경우 이런 말이 적당할 것 같다. ‘노즈 인, 핸즈 아웃’(nose in hands out). 냄새는 맡지만 손은 대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한인은행가에서 이런 말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식당, 소매점 등 스몰비즈니스들의 대출 연체가 많아지고 파산하는 곳도 적잖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되나.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전반적으로 타운 비즈니스 가격이 너무 올랐다. 그동안은 캐시 플로가 유지돼서 론도 갚고 그랬지만 상황이 나빠졌다. 비즈니스가 슬로한데다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재융자도 안되고,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앞으로의 타운 경기도 썩 좋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한국에서 대거 자본이 유입된다면 다소 개선될 소지는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직원들의 잦은 이동이 문제다. 원인과 대책은.
▲한마디로 ‘뮤지컬 체어’(의자 뺏기 놀이)다. 사람이 워낙 없다보니 스카웃 경쟁이 과열되고 인건비만 치솟았다. 주류은행계에도 자리 이동이 있다고 하지만 한인은행들 정도는 아니다. 이런 와중에 손해 보는 것은 고객이다. 서비스의 질 저하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생각도 못하던 2-3년 경력의 론오피서도 요즘에는 꽤 많다.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우리 은행의 경우 ‘한미 유니버시티’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현재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며 내년부터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꼭 우리 은행만을 위해서 만든 것은 아니다.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인은행들이 우수고객, 큰 고객들을 BOA 등 대형은행에 뺏기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주류 은행을 이용하는 한인들에게 왜 한인은행을 찾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비슷한 말들을 한다. 한인은행에는 상품이 적고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한인은행들의 경우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벌어 부동산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잘 안다. 하지만 그 외는 주류 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내 판단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연금, 보험 등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단순한 예금 대출만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
한인은행들의 경우 강점도 많다. 언어가 통하는 것은 물론 일단 고객들을 잘 알기 때문에 친근감 있는 ‘휴먼터치’ 마케팅이 가능하다.
-리더은행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족한 면도 있겠지만 상품 개발이나 서비스 등 여러 부문에서 선두은행의 역할은 잘 수행하는 것으로 자평한다.
-부임 직후 3-4년내 수개 은행이 합병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러나 지금 한 건도 합병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예상이 틀린 것인가.
▲경제적, 시장적 측면에서 본다면 인수합병(M&A)은 벌써 이뤄졌어야 했다. 한인은행들의 M&A가 안 되는 이유는 최근 한 은행 전문지가 잘 설명하고 있다. ‘바이어’는 많은데 ‘셀러’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비즈니스가 잘 되다보니 이사들 사이에서 매각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영업환경이 달라지면서 규모의 경제가 화두로 등장했다. 이런 점에서 장기적으로 M&A가 성사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인은행간 합병, 한인과 비한인은행간 합병, 한인과 한국계 은행간 합병 등 모든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약 달러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800원대까지 갈 것이다. 환율이란 그 나라의 성적표다. 한국경제가 더 건실해졌다는 뜻이다. 한인경제의 경우 업종별 희비가 있겠지만 도움이 되는 측면이 더 강하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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