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A 여러 지역들 가운데 한인타운의 아파트 공실률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이런 이유로 주류 부동산 투자회사에서도 한인 타운 내의 아파트들을 적절한 상업용 투자처로 인식하고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인타운의 가치가 오른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 아파트를 렌트해 살아야 하는 주민들에게는 그리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최근 많은 한인들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외곽지역에서 한인타운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갈수록 상승하는 현재의 렌트 추이와 인구 이동으로 볼 때 앞으로 한인타운은 더욱 한인들 일색이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또 한인 타운 식당들을 가보면 고급 차량들이 밸릿 파킹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한인들을 상대하는 고급 자동차 딜러들은 예외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현상을 한인타운의 발전하는 모습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는 싶으나 한편으로는 왠지 착잡하기도 하다.
과소비나 과시욕 문제를 떠나 한인타운을 ‘코쿤’처럼 지나치게 우리들만의 세계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칫 한인들만 날이 갈수록 살기 좋게 느끼는 배타적인 이방지대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얼마 전 몇몇 한인 청년이 한인타운 내에서 있던 백인들한테 “왜 여길 왔느냐”며 폭행을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정말 어이없는 뉴스였다.
한인타운은 한국식 사고방식과 문화를 가지고도 살아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공간이다. 그래서 한인타운에 사는 것은 한국의 이태원에 거주하는 것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정말 영어는 인사말만 해도 되는 곳이다. 한인타운 내에서 영어권 생활은 말 그대로 ‘선택사항’일 뿐이다.
한인들의 이민 초기 현재의 한인타운 생활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또 지금도 시골지역에 정착한 한인들에게는 매일 매일이 새로운 삶이고 도전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이 나의 의지와 적응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한인 부모들은 사업이든 전문직이든 자신의 자녀들이 주류사회로 들어가서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한인타운을 벗어나 과감하게 주류사회에 뛰어들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둥지에서 힘껏 밀어내야 새끼 새가 나는 법을 배울 수 있듯이 말이다.
입으로는 주류사회를 말하면서도 정작 자식들을 품안에서 내보내지 못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또 부모의 보살핌과 문화적 친근감에 안주해 한인사회를 벗어나 주류사회로 나갈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이곳에 주저앉는 젊은이들도 많다.
부딪히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속에서 성장은 이뤄진다. 한인타운 안에서는 한인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좀 더 많은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자랑스런 한인들의 기사도 많이 보고 있지만, 길거리의 한 편에서는 서울의 유흥가 주변과 똑같은 모습도 보게 된다. 유학생들이나 이민 2세들도 미국의 유수의 대학에서 좋은 성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한인타운으로 돌아온다. 물론 이곳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얘기도 되겠지만 어쩌면 둥지를 떠난 독수리가 다시 어미 품으로 돌아온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한인타운은 계속 발전해야 하고 또한 그런 과정 중에 있는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능한 한인 젊은이들이 많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곳이 살기 편하다는 이유로, 또 그냥 안주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라면 다시 나가야 할 것이다. 소수 민족으로서 장애를 극복하고 그 결과 더 많은 과실을 수확할 수 있는 최전선으로.
김유정 / 법무법인 비전 LA지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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