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우리 대학에서 아시안 회담이 열렸다. 이곳 NGO인 아시안 커뮤니티 연맹(ACA)의 의뢰로 우리 대학 다문화 센터와 아시안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아시안 이민자들이 정부, 도시, 커뮤니티로부터 무엇을 원하는가를 조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궁극적 목적은 원하는 바를 실현케 해주는 것이었다.
학교가 켄터키, 오하이오, 인디애나가 만나는 지역에 있는 관계로 3개 주의 아시안 단체 지도자, 장기 거주자, 아시아와 관련된 미국인들이 초대되었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12개국에서 온 이민자 80여명이 참석한 이 모임은 지리상, 숫자상 이 지역에선 전례 없이 광범위한 아시안의 모임이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아시안 커뮤니티 연맹은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인 건강, 인종차별, 이민, 자원안내에 대한 웍샵을 계획 중이다.
대여섯 명의 자원봉사자들로 시작된 이 비영리단체는 지난 7년 동안 지역주민을 위한 동양문화 웍샵, 아시안 가정폭력 방지 서비스 등 이루어 놓은 성과가 상당하다. 아무런 현실적 대가 없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은 그들의 정열에 고개가 숙여졌다. 현재도 일하는 사람은 단 10명에 지나지 않지만 활동은 놀라울 정도로 전문적이고 활발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단체를 시작한 사람이 미국인 도로시라는 사실이다. 현재 이사장인 그는 회원 중 유일한 미국인이다. 남편의 직장 때문에 일본과 중국에서 3년을 살았는데 주위나라들도 여행하는 동안 동양인과 그 문화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집이 온통 동양 것으로 장식된 것만 봐도 그와 그 가족이 얼마나 동양 문화에 심취되어 있는지 짐작이 갔다.
이번 회담 후 자료 수집은 물론 각 나라 대표들이 무슨 일이든 도와주겠다 하고 어떤 단체는 주정부에 지원 요청을 함께 하자는 등 한 차원 높은 결실을 보게 되자 무척 기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아시안의 한 사람으로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각기 운영되던 각 나라 커뮤니티의 자원과 활동이 이제 이들로 인해 한 곳에 모여지는 가보다. 아시안의 실질적 입지가 요원한 이곳 중서부에도 아시안의 힘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인가? 한 사람, 그것도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한 미국 여성의 열정이 이곳 아시안들의 위상을 높이게 되었음이 고맙다.
며칠 전 도서출판 ‘답게’ 대표 장소님씨와 통화를 했다. 훌륭한 한국 전통극을 한국인끼리 보는 게 너무 아까워 미국 공연을 추진하러 LA에 왔는데 단 며칠 만에 대도시 두 군데에서 공연 허가를 받았고 한국 내에서의 절차만 남았다며 몹시 흥분한 목소리였다.
항상 순수한 목적을 위해 뜨거운 정열을 쏟는 그의 노력이 이번에도 열매를 맺게 되어 기뻤다. 한국인의 하나로 고마움이 더 앞섰다
그는 한국 시를 해외에 알려 우리 시인에게도 노벨문학상을 안겨주겠다는 집념으로 고은, 천상병, 구상 등 11권의 영역시집을 출판하기도 했다. 한국의 최고 번역가들이 번역한 그 책들은 현재 코넬 대학에서 한국학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곳 영문과 교수인 미국인 친구도 그 높은 품격에 감탄한다. 총 50권이 목표라는 그의 말을 전하니 국제적으로 아직 소개가 덜 된 한국시를 계속 대할 수 있게 되어 무척 반갑다고 한다.
18년 동안 300여권의 책을 냈어도 대개 순수문학서라서 큰 이익금을 기대하지 않으며 ‘터’ 같이 대박의 경우가 생겨도 그 이익금을 다시 순수문학서에 쏟아 붓는 한 여성의 고집과 열정으로 한국시가 깊고 폭 넓게 세계에 알려지는 것이다.
아시안 회담을 진행하는 동안 맡은 일은 않고 제 실속만 차렸던 한 사람 때문에 속이 끓곤 했다. 그럴 때 도로시의 얼굴을 보면 박하사탕을 먹은 듯 속이 화 해졌다.
다음 달엔 한국에 간다. 해외공연의 국내 절차도 다 끝났다며 더 활짝 웃을 ‘답게’ 언니의 얼굴이 가끔 소수민족으로서 열 받치는 내 자존심을 환하게 밝혀 주리라.
김보경 / 북 켄터키 주립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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