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셔츠를 입고 자장면을 먹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장소스를 조심스레 관찰하다 문득 한국의 대선 정국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웃었다. 정말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은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어 보인다.
미국생활 35년에 아직도 영주권자인 나는 한국, 미국 어디에서도 투표권이 없어 지난번 대선 때에는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확실히 맘에 드는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누굴 뽑아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뽑아놓은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그야말로 종횡무진하며 나라의 대외 이미지와 자신들의 인기도를 떨어뜨리고 있으니 이제 다음 대통령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 양국의 상황이다.
솔직히 나는 미국 신문 잡지는 열심히 읽고 친구들과 정치적 토론도 하지만, 맨 날 지지고 볶으며 뾰족한 발전도 없어 보이는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수천마일 떨어진 외국에 앉아 내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컸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느낀 것은 크게 두 가지. 싫건 좋건 이제 실제로 세계 각국이 너무도 서로 얽혀 있다는 사실과 그 안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얼마나 올라 있는가 하는 사실이다.
한국은 이제 경제규모 12위의 국가이며 지구상 웬만한 도시에 한국기업의 광고판이 나붙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로 이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불과 30여년 만에 후진국에서 선진국 대열로 끼어든 나라이면서 강대국은 아니라는 사실은 한국인에게 앞으로 이삼십년 세계의 리더 역할이 주어질 가능성을 비춰준다.
유일의 강대국 미국은 너무 나서는 입장은 피하게 될 것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은 여러 이유에서 글로벌 커뮤니티의 의견 조율사로 추대되지는 않을 것이다.
적당한 경제력을 갖추고,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으면서 약소국의 서러움을 이해할 수 있는 나라, 오랫동안 세계사를 지배해온 유럽에 속하지 않은 나라, 한국. 그러한 나라에 국제 리더의 사명이 주어질 일이 당분간 점점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남북문제는 평화로운 지구촌 건설에 직결되어 있는 사안이다. 한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는가는 그래서 더욱 더 중요하다. 물론 나라의 경제 기반도 단단히 쌓을 수 있어야 하고, 그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도 도무지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교육문제 등 급한 여러 사안들도 해결해야 한다. 국내 문제라 해도 이제는 결국 국제문제와 얽혀 있어 떼어 놓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의 힐러리와 오바마, 에드워즈 또는 공화당의 줄리아니, 매케인 등등 미국 대선 후보들을 보면서 한국의 대선 후보들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의 새 대통령 사르코지와 중국의 후진타오 등도 떠올려 본다.
과연 누가 세계의 리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농담이라도 슬쩍 해가며 그들의 신뢰를 얻는 가운데 국익도 챙길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무엇이든 세계 제일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이번에 세계 최고의 대통령을 선출해 보라고. 맘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이 그 중 나아 보이는 하나를 고르겠다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세계인이 부러워할 대통령감이 안 나타나면 선거를 보이코트 하겠다는 자세로 임하라고. 그래야 후보들도 정신을 바짝 차릴 것이다.
모든 국민, 나아가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며 단단한 실력에 확고한 실천력을 갖춘 겸손한 대통령. 한국인은 그러한 대통령을 원할 자격이 있다. 그러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 한국인이 국제사회를 위해 할 일이기도 하다.
김유경 / Whole Wide World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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