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살 때나, 개스 넣을 때나…
캘리포니아주 콩코드의 고교 체육교사 존 누난은 매일 출근길에 커피샵에서 아침을 산다. 커피와 베이글을 받아 들고 카드를 한번 긁으면 은행이 나머지 일을 모두 처리해 주는데 같은 일이 점심과 저녁에도 되풀이 된다.
기껏해야 5달러 남짓한 푼돈을 비롯, 거의 모든 일상적인 구매를 현찰이 아니라 데빗이나 크레딧 카드, 즉 페이먼트 카드로 지불하는 18~25세 젊은이들을 큰 크레딧 카드 회사와 은행들은 ‘젠 P’라고 부른다. ‘플래스틱 세대’라는 말이다.
젊은층 “현찰은 불편… 5달러 미만도 거리낌없어”
사용자 편의위해 카드사들 25달러 미만엔 서명 없애
업소에 따라 데빗카드엔 수수료 붙이기도 해 주의를
편리함과 신속함에 이끌려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카드 사용에도 함정은 있다. 은행 잔고 추적을 잘못하면 금방 위기에 처한다. 잠깐이라도 적자가 났다간 비싼 과다인출 수수료를 잔뜩 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많은 소비자, 특히 젊은이들이 현찰과 수표를 멀리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의 시장조사회사 엑스페리언 시몬스 리서치가 작년 가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미 20대의 대부분은 페이먼트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20대의 70% 가량인 2350만명은 데빗 카드를 사용하고 있고 53%인 1,790만명은 크레딧 카드를 갖고 있다. 카드 사용은 전 연령층에 걸쳐 증가하고 있지만 이 연령층은 페이먼트 카드를 훨씬 더 자주 사용, 종래의 지불 방법과 자꾸 멀어지고 있다.
4월에 크레딧 카드 회사 ‘비자’가 전국적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젠 P’중 40%는 일주일에 최소한 4번은 25달러 이하의 구매에 대한 지불을 카드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응한 크레딧과 데빗 카드 소지자 1,000명 중 4분의3은 외출시 페이먼트 카드를 반드시 지참하며 3분의1은 현찰을 거의 소지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카드 사용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ATM등을 통해 전자 거래의 편안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증가한 데다 카드 회사들이 지불과정을 신속화시키려 노력해 온 덕분이다. 예를 들어 ‘비자’는 작년부터 25달러 미만의 소액 거래에 대해서는 카드 소지자의 서명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일부 상인은 ‘매스터카드’에도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후 5달러 미만의 초소액 구매에도 페이먼트 카드를 사용하는 일이 급격 증가했다. ‘비자’사 조사에 응한 플래스틱 세대의 25% 가량은 초소액 거래의 대부분에 카드를 사용한다고 대답했는데 이는 그들의 부모 세대라 할 45세 이상 연령층의 2배에 해당한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초소액 거래도 다 모아 놓으면 상당한 금액이 된다. 작년에 5달러 미만 거래 건수는 3,500억건이고 총 거래액은 13억2,000만달러였다.
‘젠 P’가 페이먼트 카드로 구매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3분의2는 주유소, 54%는 패스트 푸드 식당에서 카드를 사용했다. 편의점에서 43%, 영화관에서 22%가 사용했고 드럭스토어, 비디오 대여점, 세탁소, 주차장, 택시요금도 카드로 지불한다고 대답했다.
사용자들은 안전 또한 카드를 사용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분실시 현찰보다 안전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물건을 사고 대금을 지불할 때 시간이 단축되는 것도 큰 매력이며 데빗이나 크레딧 카드로 지불하면 나중에 비용 지출 내역을 관리하기도 편리하다. ‘비자’ 조사에 따르면 은행 스테이트먼트에서 카드로 구매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어 좋다는 사람이 79%였고 58%는 카드를 사용하면 지출 내용을 더 잘 기록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데빗 카드를 많이 사용하다보면 불리한 점도 있다. 예를 들어 보통 1달러 미만인 거래 수수료가 구매 당시에는 나타나지 않는 수가 있다. 3월에 뱅크레이트 닷컴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큰 은행들은 거의 모두 데빗 카드에 대한 작은 수수료를 없앴지만 자체 수수료를 부과하는 상인들이 일부 있다. 말하자면 아침에 커피를 살 때마다 27센트씩 수수료가 붙기도 한다.
그보다 더 많은 돈이 드는 문제는 어쩌다 은행 구좌에 잔고가 모자라는데 하필이면 초소액 구매 서너건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서너건의 과다인출 수수료가 한꺼번에 부과되는 경우다. 전국의 15대 은행 고객 2,400명의 은행 계좌를 분석한 한 비영리단체 조사에 의하면 과다인출 수수료중 46%는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했다. 과다인출 수수료는 수표 발행시에도 발생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지난 1월에 나온 데빗 카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과다인출된 돈 1달러당 2달러17센트를 수수료로 내고 있었는데 은행이 청구하는 과다인출 수수료는 평균 34달러로 나타났다.
아울러 데빗 카드는 부정거래시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보호가 플래스틱 카드보다 취약하다. 잃어버린 데빗 카드가 잘못 사용되었을 경우 이틀 안에 은행에 신고하면 카드 소지자의 최대 책임액은 50달러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500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크레딧 카드의 경우 분실이나 도난시 즉각 발행자에게 신고하면 대개는 한푼도 책임 지지 않는다.
그래도 소액 구매시 카드 사용은 계속 늘고 있어 2006년에 25달러 미만 구매시 ‘비자’ 카드 사용 총액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5,690만달러나 됐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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