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 미국에 온 후 미국 곳곳에서 살았다. 그러면서 다양한 코리안 아메리칸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이들을 통해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아버지가 도서관 석사를 끝낼 때까지 약 반년간 내슈빌에서 살다 아버지가 직장을 갖게 된 오히이오주 그랜빌로 이사를 했다.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오하이오는 다소 보수적인 중서부 주이다. 우리 가족이 정착한 작은 마을인 그랜빌은 인구가 약 2,500명쯤 되었으며 내가 아는 한 우리가족이 첫 동양 가족이었다. 몇 년 후 다른 한국 가족 몇이 이사 왔을 뿐이다.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그랜빌은 대학촌으로 많은 추억을 갖게 해 주었지만 그럼에도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별로 행복하지 못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랜빌을 떠났다.
나는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나의 대학 처음 1년반을 보냈다. 여기서 중국과 한인 2세들과 친구가 되었다. 학교가 시작할 무렵 중국학생 클럽에서 다른 민족이 한국 사람들에 대해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는지를 처음으로 경험했다. 나의 성이 ‘Chang’이라 아마 사람들이 나를 중국인으로 짐작했던 것 같다. 중국 학생들과 섞여 있는데 한 상급생 여학생이 한국 남자들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여학생은 한국 남자는 ‘남성 우월주의자들’(male chauvinist pig)이라고 했다. 그녀가 근본적으로 말하려던 것은 한국 남자는 좋은 남자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별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녀가 말하는 일반적인 한국 남자들이란 한국에서 이제 갓 도착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여겼다. 안타깝게도 한국 남자들에 대한 다른 민족의 인식은 25년 전 나의 대학 신입생 시절과 비교할 때 그리 많이 바뀌지 않았다고 느껴진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영어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분개했고 나는 누구보다도, 특히 백인보다 영어를 잘 구사하리라고 결심했다. 결국 내 소원대로 영어 SAT 성적을 잘 받아 Ivy리그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나는 한국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되었다. 당시 나는 굳이 한국말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이것을 대단히 후회한다. 왜냐하면 한국말을 못하면 한국 사람이 아닌 것과 같기 때문이란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고 교우해 온 많은 한인들을 통해 나의 생각은 점차 변화해 가기 시작했다. 한인들은 많은 긍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1세들의 근면성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근면성과 성실함이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1세 한인들이 심어놓고 있는 가치와 땀의 소중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LA에 온 후 많은 훌륭한 코리안 아메리칸들을 만났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닥터 새미 리,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장녀인 수잔 안 여사, 그리고 한인사회를 열심히 대변해 준 앤젤라 오 변호사, 언론인 이경원 선생 등이 그들이다. 이들을 만난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한인들이 나를 매혹시킨 점 한 가지를 마지막으로 더 나누고 싶다. 그것은 그들의 열정과 분노다. 열정과 분노라는 지점에서 한인들과 나는 같이 만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철저히 한국 사람이다. 나도 많은 열정과 분노를 갖고 있다.
열정은 좋으나 열정의 분산물인 분노는 물론 좋지 않다. 나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통해 한인들을 돕고 싶다. 분쟁 해결을 도와주는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한인들이 긍정적 태도로 분노를 다루고 다른 사람들과 바람직한 관계와 유대를 맺어나갈 수 있도록 더욱 힘쓰겠다고 다짐해 본다.
찰스 장 / 아태 분쟁조정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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