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은 즐거운 달이다. 따스한 여름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또 긴 여름 방학이 시작되는 달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부분의 학교들은 5월 말이나 6월 중순쯤에 여름방학을 시작한다. 이 세상에서 여름방학을 기다리지 않는 학생과 선생은 없을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중학교에서는 학기 마지막 날에 교실에서 파티를 하자고 조르는 학생들이 꽤 많다. 집에서 과자와 음료수, 또는 케익을 가져와 서로 나눠 먹으며 한해를 잘 보낸 것, 이제 매일 학교에 와서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자축하는 것이다. 또 함께 가졌던 즐거운 일들을 회상하며 함께 사진을 찍고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또는 마이 스페이스 ID를 주고받으며 여름방학을 잘 보내라고 덕담을 하며 헤어진다.
학생들에게 여름동안 뭘 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별 계획이 없다. 타주에 있는 친척집에 간다거나 서머스쿨을 다닐 거라는 대답 정도이다. 한인 학생들은 주로 학원에 다니거나 SAT 준비를 하는 게 여름방학에 할 일이다.
그러고 보면 2~3개월의 여름 방학동안 학원이나 서머스쿨을 갔다 온 후 남은 시간은 TV를 시청하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고 컴퓨터 채팅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여름방학이 너무 낭비된다는 느낌이다.
여름에 따분한 학원 수업이나 TV 시청, 또는 채팅 대신 뭔가 새로운 배움의 경험을 찾았으면 한다. 대부분의 도시에는 어린이/틴에이저를 위한 여름 프로그램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가르치는 벨플라워 학교 부근에 있는 세리토스 칼리지에는 예상 외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수영, 댄스, 농구에서부터 미술, 음악, 사진 수업이 있고, 과학 캠프, 로켓교실 등의 프로그램도 있다.
바다 근처에 있는 도시에서는 카약이나 서핑 또는 윈드서핑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프로그램 시간도 다양하고 수업료도 생각보다는 저렴하다. 대부분 100달러에서 200달러 사이니 비디오 게임 두세 개 값 정도밖에 안 된다.
부모의 시간이 허락되면 여름방학을 이용해 가족 캠핑을 가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이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자연을 배울 수 있다. 자녀들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는 추억을 만들 좋은 기회이다.
이민 오기 전 나는 삼촌과 함께 설악산을 3박4일 동안 등산한 적이 있다. 미국에 가면 볼 수 없는 경치라며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던 나를 삼촌이 억지로 끌고 가셨던 여행이었다. 그 기억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혀 지지 않는다. 텐트에서 잠자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하루 종일 산을 넘어 다니던 힘들고 어려운 경험이었지만 뒤돌아보면 아주 소중한 한국의 추억이 내 가슴에 심어졌다.
아무리 바쁘고 경제적으로 힘들더라도 올 여름에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잊혀 지지 않는 경험 하나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학교나 학원에서는 얻을 수 없는 색다른 배움의 경험이다. 아마도 자녀들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성장기에 좋은 경험을 쌓게 해준 부모님들께 감사할 것이다. 또 이런 기회로 인해 부모와 자녀가 더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서재필 벨플라워 중학교 합창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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