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캐넌(Kings Canyon)에 맞붙은 세쿼이어 국립공원(Sequoia National Park)을 찾은 적이 있다. 세쿼이어 나무는 높이 270m까지 자라는데 항상 무리를 지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무의 뿌리들이 서로 뒤엉켜 거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기 위함이다. 높은 나무가 맞는 바람은 그만큼 드세다. 나무가 바람을 견디지 못하면 쓰러진다. 나무는 오로지 땅 속에 내린 뿌리에만 그 거대한 몸집을 의지한다. 뿌리는 자신의 몸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으면서 땅 속 깊이, 암벽 밑으로 뻗어간다. 나무를 지탱하기 위해 얼굴도 몸집도 잃어버리고 다만 거친 발이 되어, 그 흉측한 모습으로 지탱력을 키운다. 그러다 서로 만난 뿌리들은 상대를 칭칭 얽어매고 암벽을 만나면 몇 겹이고 휘감으면서 시너지(synergy)를 확대시킨다. 공생(共生)이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서로를 거부감 없이 수용한다. 부둥켜안고 얼싸안는다.
부부는 공생의 가장 기본 단위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동체가 바로 가정이다. 성별과 배경과 성격이 전혀 다른 남녀가 서로 만나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가히 신비롭다. 살아가면서 서로를 닮아가고 꿈과 목적을 같이 하여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지상최고의 듀엣이다. 둘이 모이고 셋이 모이고, 더 많은 모임이 이루어지면서 사람들은 더불어 살아간다. 솔로몬 왕은 더불어 사는 삶의 이치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 4:11-12)
하나보다는 둘, 둘 보다는 셋이다. 자녀도 마찬가지다. 살기 어려웠을 때에는 “둘만 낳자!”는 구호에 따라 출산의 능력이 있음에도 국가시책에 따르려고 정관수술 운동에 앞장섰던 우리였다. 그래도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밀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 아래 우리는 형제자매가 없는 아이를 갖게 되었다. 우리의 아이들은 형과 남동생이 없고, 오빠와 자매가 없는 가족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대가족제도의 좋은 점은 무엇보다도 더불어살기를 익힐 수 있음에 있다. 자녀들은 많을수록 좋다.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체험한 아이들일수록 어른이 되어서도 더불어 살기가 즐겁다.
인생을 흐르는 물처럼 사는 이도 있다. 수수께끼처럼 난제를 풀어가는 재미로 사는 이도 있다. 삶을 붙들고 씨름하듯 역동적으로 사는 이도 있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다.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들이다. 인생에는 믿을만한 동반자나, 좋은 동료가 필요하다. 나무는 서로의 뿌리에 의지하여 더욱 강인한 생명력을 키워낸다. 더불어 살아가기에 그들은 자연의 심술에 희생당하지 않는다. 세쿼이어 국립공원을 다시 찾는다면 함께 살아온 세월 속에서 아름다리 거대한 체구를 이룩한 그 단단하고 높은 나무를 우러러보고 싶다. 이기주의의 악몽에서 깨어나 서로를 귀하게 여기면서 나무처럼 더불어 사는 지혜를 본받고 싶다. 눈 먼 사람이 절름발이를 업고 가면 둘 다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 한 사람이 해내지 못할 일도 둘이 달라붙으면 거뜬히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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