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인간이 살기 시작한 것은 구석기 시대부터니까 오래되지만 세계 역사에 이름이 알려진 것은 아편 전쟁 이후다. 영국은 1839년 중국과 아편을 팔기 위한 전쟁을 벌여 그 전리품으로 이곳을 얻었다. 1860년에는 제2차 아편 전쟁을 일으켜 구룡 반도 일부를 차지했고 1898년에는 인근 도서까지 99년 조차권을 얻었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돌려준 것은 이 조차권 만료에 따른 것이다.
이런 슬픈 역사를 지닌 지역이지만 섬 정상인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홍콩의 야경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펄 강 하류 곳곳에 흩어진 섬들과 인근 반도에 세워진 온갖 양식의 고층 빌딩들이 진주처럼 빛을 발하며 자태를 뽐낸다.
그러나 홍콩의 야경보다 놀라운 것은 기적 같은 경제 발전이다. 제2차 대전이 끝난 1945년 이곳의 인구는 60만, 국민소득은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되자 전국 각지에서 거지나 다름없는 난민들이 몰려들며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면적 1,000평방km에 불과한 홍콩 인구는 2007년 현재 700만으로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변변한 자원 하나 없이 난민들만 우글거리던 홍콩 경제는 지난 60여 년 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 지금은 1인당 국민 소득 3만3,000달러로 과거 종주국이던 영국을 넘어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홍콩은 작년 세계 경제 자유 지수 1위를 차지했다. 작년뿐이 아니다. 이 지수가 생긴 13년간 1위를 놓쳐 본 적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폭넓게 보장된 경제 자유가 홍콩을 교역량 세계 11위의 경제 강국으로 만든 것이다.
인구는 미국의 1/40, 면적은 1/10,000에 불과한 홍콩은 아직도 매년 4만5,000명의 이민자를 받고 있다. 홍콩은 이민자 유입과 인구 증가가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의 허구성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다.
하기는 홍콩만이 아니다. 아시아의 4마리용으로 불리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를 비롯, 산업혁명 당시 서유럽 각국 모두 비약적인 경제 발전과 폭발적인 인구 증가는 동시에 이뤄졌다. 미국도 400년 전 제임스타운이 생긴 이래 새로운 이민이 밀려들지 않은 해가 없지만 경제는 꾸준한 발전을 거듭했다.
지난 주 연방 상원이 현행 이민법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기존의 가족 결합보다 능력자 우선으로 이민을 받고 불법 체류자들에게도 사실상 사면의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 골자다. 그 취지는 알겠는데 우선 내용이 너무 복잡하다. 학력, 영어, 기술 등에 주는 포인트가 어떻고 불법 체류자에게 주는 Z비자가 어떻고, 벌금이 어떻고, 합법 체류 자격을 얻으려면 나갔다 들어왔다 해야 하고 도대체 정신이 없다. 이민 반대론자들을 무마시키느라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향후 단순 노동력의 부족이 예상된다는 미 상공 회의소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저학력, 단순 노동자들은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민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인간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이다. 잘 교육받은 인간은 어떤 자원보다 소중한 경제 발전의 요소다. 고학력 우수 인력은 물론이고 저학력 단순 노동자들도 그 후대까지 길게 보면 미국에 이익 된다는 보고서가 여러 편 나와 있다.
미국 경제의 권위지 월 스트릿 저널은 오래 전 연방 헌법을 개정해 모든 이민자에게 문호를 열라는 사설을 쓴 적이 있다. 인구 증가와 이민자 유입이 경제 발전에 플러스 요소지 마이너스 요소가 아니라는 것은 수많은 사례가 말해주고 있다. 가족 결합과 우수 인력 문호를 늘리고 불법 체류자를 사면하는 이민법이 미 건국이념에도 맞고 경제 발전에도 필요한 올바른 법이다. 미국이 이런 법을 만드는 날은 언제나 올 것인가.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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