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학원에서 미국의 기존 3대 자동차 회사들을 가리킬 때 이제는 “Big 3” 라고 하지 않고 “Detroit 3”라고 부른다. 도요타의 약진으로 이제는 미국에서 따지든 세계시장에서 따지든 상관없이 이 회사들은 3대 강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지자면 여러 가지 이유들이야 있겠으나, 미국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렇게 추락하게 된 근본 원인은 한심한 경영자들의 경영능력 부족에 있다. GM, 포드, 다임러 크라이슬러 모두에게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중반 두 번 이들이 중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970년대 중반 에너지 파동으로 장래의 자동차 산업의 살 길이 연료효율이 좋은 소형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란 방향이, 어느 정도의 비전을 가진 자동차 산업을 아는 이들 모두에게 분명히 보일 때에도 3대 자동차 회사들의 최고 경영자들은 이를 무시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장래에 유익한 경영방향이 최고경영자 자신들의 보신과 보너스에는 해로웠기 때문이다. 장래를 보고 투자하는 연구 개발비는 당기 순이익에는 독약이다. 연구개발비가 높을수록 당기 순이익은 줄고, 당기 순이익에 기준한 경영자들의 보너스도 따라서 줄어들었다. 인품이 훌륭한 걸출한 지도자가 아니고서야 누가 자기가 손해 볼 일을 하겠는가.
1970년대 중반 미국 TV의 자동차 광고들은 이렇게 떠들고 있었다. “지금이 풀사이즈 호화판 세단을 살 마지막 기회입니다.” 소비자들은 링컨과 캐딜락 큰 사이즈 차들을 샀고, 자동차 회사 경영자들은 단기로 이익이 많이 남는 큰 차들을 많이 팔아서 보너스들을 엄청나게 받고 몇 년 후 행복하게들 은퇴했다. 누가 멀리 보는 어려운 길을 가는가. 그러나 이들 그룹들은 멀리서 아마 부끄럽게 남은여생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1980년대의 이들의 후계자들도 똑같이 무능하고 이기적이었다. 승용차와 친환경적인 차들의 개발 대신에 이들은 SUV와 트럭 판매에 열을 올렸다. 노조가 심한 요구를 하면 이들은 그저 좋게 좋게 해결했다. 자기가 퇴직하고도 한참 있다가 혼이 날 일인데 상관하지 말고 말썽 없이 노조 요구들을 들어주자.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 미국 자동차 산업은 이 모양이 되어버렸고 영원히 탈출구가 없이 되어버렸다.
경영을 평생 공부하면서 경영과 인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어느 산업이나 초창기에는 좋은 경영 컨셉이 있으면 경영자들의 인간다움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 초창기 대량 생산의 엄청난 힘에 의존한 헨리 포드는 인간적으로는 편협하고 드러나게 유대인을 싫어한 많이 모자란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동차란 성장산업에서 엄청난 생산성을 가진 경영모델로 성공할 수 있었다.
산업이 성숙한 단계로 들어가서 고속성장이 가능하지 않은 단계로 들어가면 어느 산업이건 상관없이 경영자의 인간다움이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인간이 진실하고 훌륭하지 않고는 훌륭한 경영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한인사회에서 은행이란 산업이 최고 성장기로 들어선 시작은 아마 벤자민 홍이란 걸출한 은행가가 나라은행을 일으켜 세운 그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또 재산가가 아닌 고용 경영자도 백만달러가 넘는 보수를 받는 인기 은행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한인사회가 처음으로 알게 된 시기였다. 그리고 경영학 전공을 한 이들만이 잘 알던 주식 옵션의 위력을 한인사회가 배우게 된 시기이기도 했다.
이제 한인 금융 산업도 의심할 것 없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금융 산업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도 어느 정도 투자해서 돈도 벌고 은행 이사도 하고 하던 시기는 지난 것이다. 경영자들이 인품으로 간부직원들과 조직원 전체를 감동시키지 않고는 계속 좋은 사람들을 열심이 일하게 할 수 없는 시기가 온 것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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