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고 바라보면 어디서나 부처님 모습
귀를 열고 들어보면 어느때나 부처님 음성
불기 2551년 부처님 오신날 북가주 승가회 연합 봉축법회
약 300명이 모였다. 모여서 하나가 됐다. 연합합창단이 부른 노랫말 그대로 “우리 불자 가슴 열고 두손 맞잡는, 우리 불자 합장하고 기쁨 나누는” 그토록 기쁜 날 저토록 즐거운 날, 보다 많은 불자들이 모여서 하나가 됐으면, 아래층 약 500석이라도 꽉 채웠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들이 넘치는 기쁨들 사이사이 고개를 내밀었다.
불기 2551년 부처님 오신날(음력 4월초파일, 양력 5월24일)이 주중에 끼어있어 열이틀 앞당겨 지난 12일(토) 오후 실리콘밸리 캠벨의 헤리티지 극장에서 열린 북가주 한인사회 불교마을 연합 봉축법회는 그러나, 빈 자리 찬 자리 헤아림 이전에 몇 안되는 사찰들에 뿔뿔이 흩어진 불자들이 모처럼 사찰의 울타리를 넘어 한곳에 모였다는 자체만으로도 족히 기쁘고 즐거운 잔치였다. 휑한 자리는 이 다음에 채울 자리, 채울 수 있는 자리, 채워야만 하는 자리로 찜해두면 될 일이었다.
“위 없는 스승이신 부처님! 지헤와 복덕을 구족하신 부처님! 오늘 저희들은…부처님을 찬탄하고 예경드리옵니다…온갖 분별심과 이기심을 버리고 너와 나, 나와 세계가 하나 되도록 수행하고 나누며 살겠습니다…세상을 향기롭고 평화롭게 하는 공양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하루하루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이웃과 자연의 은혜에 감사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실천하겠습니다…부처님께서 보여주신 자비의 걸음 따라 동체대비의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그리하여 대립과 경쟁, 투쟁과 전쟁을 뛰어넘어 자비와 화합으로 불국정토 이루도록 쉼없이 정진하겠습니다…진정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심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봉축발원문에 알알이 수놓아진 아름다운 다짐이 실현되도록 한사람 한사람 노력한다면 약 300명이 아니라 30명도 적다고 할 수 없는 소중한 모임이 아닐 수 없었다.
구본우 총영사는 축사에서 사전인쇄된 원고 대신 “샌프란시스코가 미 서부지역에서 가장 모범적인 동포사회를 이루고 있는데 여기까지 가기까지 여기 스님들과 신도들의 역할이 컸다”며 “동포사회의 단결은 물론 정신적 지주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한 뒤 “(총영사관도) 불교계와 자주 협조해서 더욱 잘해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 커다란 박수를 받았다.
구 총영사는 또 “(불교에 대해) 잘 모른다”고 겸양을 깔면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부처님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고 불교에 대해 훤히 꿰는 발언을 해 또다시 박수를 받았다.
독실한 기독교인데다 다른 행사 참석약속을 잠시 미뤄놓고 달려온 이석찬 SF한인회장은 “북가주 지역의 모든 사찰들이 처음으로 함께 모여 법회를 올리는 아주 의미가 깊은 행사”라고 이날 봉축법회의 깊은뜻을 상기시킨 뒤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한 수양을 통한 깨달음과 그 깨달음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불교의 핵심사상은 각박한 현대문명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또한 이곳 미국민들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주어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한인회장은 이와함께 “불교의 또한가지 핵심사상 중에서 자비를 빼놓을 수 없겠다”고 전제한 뒤 “타인을 위한 봉사정신 역시 불교의 자비정신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불자여러분들도 불교의 자비의 모범을 우리 북가주 동포사회에 많이 보여주시길 기대한다”고 당부, 역시 우레와 같은 박수세례를 유발했다.
설조 큰스님은 봉축법문은 “우주보다도 먼저 있었고 우주보다도 뒤에 남을 생명의 본체는 무엇인가”고 물음을 던지면서 시작됐다. 큰스님은 이어 말의 줄기를 틀어 부처님이 태어난 약 2,600년 전 인도의 소왕국으로 시간의 추를 되돌리면서 “설사 개나 고양이는 귀엽다고 만지면서 노예계급은 만지지도 않았던” 그 시절에 “사람은 다 평등하고, 귀하고 천한 것은 행위로 결정되는 것이지 핏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엄청난 말씀을 하신” 부처님의 평등과 대덕을 찬양했다. 큰스님은 다시 현대로 법문의 추를 돌려 “그런데 지금 중대형 아파트에 사는 학부형들이 서민아파트에 사는 학생들 하고 갈라서 교육을 하자고 주장”을 하고 “자기비위에 맞지 않으면 이단이요, 자기집단이나 국가에 맞지 않으면 전쟁도 하고, 전쟁을 일으키면서도 정의와 평등을 외치는”는 오늘날을 개탄했다. 설조 큰스님은 이어 “하늘이나 땅위에 모든 생명이 존귀하다고 믿는 여러 불자들”에게 “나만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불자의 도리가 아니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이날 봉축법회에서는 또 연합합창단이 한국불교 음성공양의 1인자 정율 스님 지휘아래 “초파일의 노래”와 “오늘은 기쁜 날”을 열창한 뒤 앵콜송으로 “사박걸음으로”를 불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정율 스님은 독창으로 “향심”과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를 불러 행사장 분위기를 경건과 감동으로 적신 뒤 이튿날 LA 공연일정 등 시간상 제약 때문에 불자들의 거듭된 앵콜송 요청에 응하지 못한 채 아쉬운 미소를 뒤로 한 채 무대를 떠났다.
지연 스님 초청으로 지난 5일과 6일 이틀동안 정원사에서 영산재를 시연했던 스님공연팀은 경건하면서도 화려한 영산재를 선보이며 이날 행사 2부를 멋지게 장식했다. 앞서 1부에서는 어린이 불자들과 어른 불자들이 어울려 육법공양을 올리고, 수원 스님 주재하에 수계식을 갖기도 했다. 한편 태국계 스리랑카 스님들이 행사장을 찾아 한인사회 불교마을의 외연이 더욱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밖에 연방사회보장국 서부지청 SF오피스의 이미영 홍보관은 메디케어D 약식설명을 곁들이며 앞으로 불자들 모임에도 자주 나와 각종 사회복지 혜택 등에 대해 적극 홍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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