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은 미국의 모체가 된 버지니아의 제임스타운이 태어난 지 400년이 되는 날이다. 식민 회사는 이곳을 지상낙원이라고 선전하며 이주민을 모았지만 실제로는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첫 해 이주해 온 104명 중 2/3가 첫 겨울 동안 사망했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던 이 식민지를 구한 것은 존 스미스와 존 롤프, 그리고 제임스타운의 총독 토마스 데일이다. 인디언 추장의 딸 포카혼타스와의 로맨스로 널리 알려진 스미스는 제임스타운 초창기 인디언들과의 교섭으로 식량을 마련하는데 공을 세웠고 나중에 포카혼타스와 결혼한 롤프는 담배 재배로 살길을 열었다.
그러나 이 둘보다 중요한 인물은 데일이다. 그가 오기 전 제임스타운 주민들은 함께 일해 얻은 수확을 공동 창고에 보관, 똑같이 나눠 갖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마르크스보다 200년 먼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를 건설한 것이었다. 그 결과는 재난이었다. 어차피 돌아오는 몫이 같기 때문에 아무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리 정직한 일꾼도 자기 밭이면 하루면 될 일을 1주일이 되도록 끝내지 않았다”고 당시 문서에 적혀 있다.
데일은 주민 각자가 자기 이름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했으며 자기 밭에서 나오는 수확은 자기가 갖도록 했다. 결과는 생산량의 비약적인 증가였다. 데일의 개혁이 없었더라면 제임스타운은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10여 년 후 필그림들이 세운 플리머스 식민지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종교적 신념으로 뭉친 플리머스 정착자들은 공동 경작과 공동 분배 원칙에 따른 생활을 실천에 옮기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제임스타운의 재판이었다. 플리머스의 식량난도 사유 재산의 허용과 ‘능력대로 일하고 능력대로 분배받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사라졌다.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눠 갖자’는 시도는 그 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19세기 초 로버트 오웬이 인디애나 주에 세운 ‘뉴 하모니’다. 성공한 영국의 비즈니스맨이자 인도주의자였던 오웬은 신천지에 유토피아를 세우겠다는 야심을 품고 이곳에 사업으로 번 돈의 대부분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막 노동자나 숙련공이나 똑같은 월급을 주자 기술자들이 모이지 않았고 꾀를 부리는 사람만 늘어나 적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눠 갖자’는 시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서유럽을 중심으로 일어난 복지 국가가 그것이다. 부자에게 세금으로 돈을 많이 거둬 가난한 사람에게 복지 혜택을 주자는 주장은 매력적이지만 결과는 늘 똑같다.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저소득층에 대한 혜택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근로 의욕은 위축되고 실업자는 많아지며 투자는 줄어든다. 국가 경쟁력의 쇠퇴와 경기 침체가 필연적인 귀결이다.
제2차 대전 이후 복지 국가 정책을 먼저 열렬히 편 영국은 이로 인해 70년대 ‘영국 병’을 심하게 앓다 마가렛 대처의 시장 개혁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고 그 뒤를 이어 ‘독일 병’에 시달리던 독일은 역시 앙겔라 메르켈의 시장 개혁으로 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영국과 독일 못지않게 중병을 앓아온 프랑스는 지난 대선에서 시장 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니콜라 사르코지를 새 지도자로 선택했다. 16일 취임하는 사르코지는 프랑스에서는 드물게 친 시장, 친미적인 인물이다. 시장과 미국을 개떡같이 보는 프랑스 인들이 그를 뽑은 것을 보면 급하기는 급했던 모양이다.
아메리카 신대륙은 ‘유토피아의 무덤’으로 불린다. 신천지에 이상향을 꾸며 보겠다는 모든 시도가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여러 실험 중 시장 경제 체제만 살아남은 것은 그것이 현실에 부합하는 유일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찍이 프랑스를 방문, 영미식과 대비되는 프랑스식 체제에 대한 애착을 표시한 바 있다. 그가 사르코지 취임식에 어떤 축전을 보낼 지 궁금하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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