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업무를 취급하는 변호사들이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의 하나는 사면이 언제 되느냐는 것이다. 설은 많으나, 정답은 없는 이 물음에는 불법체류자들의 진한 염원이 담겨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체류신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민법 개혁안은 희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우선 부시 대통령이 이민 개혁안에 대해서 적극 찬성을 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으로 수세에 몰린 부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2009년 1월 퇴임 전에 이민법을 손질해, 내치에서 한 건을 해야 한다. 여기에 반이민 캠프를 이끌던 공화당 정객들이 지난해 선거에서 대거 낙선하고, 이민법 개혁에 우호적인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결과, 입법 환경이 유리해졌다.
이민법 개혁의 각론에서는 입장이 다른 의원들도 1,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이 상태로 계속 갈 수 없다는 총론에서는 대개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그러나 전면적인 사면은 없을 것이 확실하다. 우선 여론은 1986년 규모의 사면에는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1982년 1월1일 이전에 미국에 입국한 불법 체류자에게 모두 영주권을 준 1986년 사면으로 800만명의 불법체류자가 영주권을 얻었다. 이 사면조치로 소송에 소송이 꼬리를 물면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도 영주권을 받은 사례가 많았다. 1986년 사면은 불법체류를 해도 언젠가는 문제가 풀린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 평균적인 미국 사람들의 생각이다. 사면조치로 불법이민자의 숫자도 오히려 늘어나 실패한 정책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 전면적인 사면이 여론의 지지를 받을 리 없다.
현재 나와 있는 이민개혁안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이다. 첫째, 부시 대통령과 일부 공화당의원들이 밀고 있는 이민법안으로 이른바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을 기초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일하는 있는 불법체류자에게 3년 동안 일할 수 있는 비자를 주고, 그 다음에는 본국에서 돌아가 벌금을 낸 뒤 영주권자로 미국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여기에 취업이민은 늘리는 반면, 가족이민은 줄인다는 것이다. 시민권자가 형제자매와 21세가 넘는 자녀를 초청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지난 3월 하원 이민 소위에서 양당이 합의한 법안인데, 불법이민자의 추가 입국을 막는 정책이 효과를 낼 때만, 불법체류자에게 영주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불법체류자의 입국을 막는 정책과 불법체류자 문제 해결을 연동한다는 것인데, 불법체류자가 영주권을 받으려면 10년 넘게 기다려야 할 만큼, 인색하다. 민주·공화 양당의 합의로 이뤄진 이 법안은 양당의 합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하원의 분위기는 상원이 먼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상원안인데, 아직까지 나온 것 없다. 시간상 상원에서 5월 중에 민주·공화 양당이 합의한 이민법안이 나와 주어야 한다. 그런데 상원에서는 아직까지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달 초까지 양당이 합의를 못하면, 이달 하순부터는 지난해 상원을 통과했던 불법체류자에게 매우 유리한 이민법안을 중심으로 이민법 개혁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렇게 해서 5월에 상원안이 나오기만 하면, 빠르면 8월께는 이민개혁안은 빛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의 하나 금년에 이민개혁안이 결실을 보지 못하면, 내년은 더욱 어렵다. 대선을 앞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는 주요 법안에 의회가 적극성을 보이기 어려운데다, 임기 말 대통령의 추진력도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민법 개혁안은 불임상태로 두 해 이상 표류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라도 이민법 개혁안은 반드시 올해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와야 한다.
김성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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