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당신한테 주는 것을 알고 있
으나, 당신이 무엇을 받는지는 모른다.’
- 안토니오 포치아
선물을 왜 주느냐 물어 볼 때 인류학자나 사회학자들은 사회관습 내지 풍습으로 선물을 파악한다. 선물은 자발적 내지 자의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강제적이고 이해타산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선물을 주고받는데 따른 원칙이 무엇인가, 선물을 받고 강제적으로 답례를 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반면 경제학자들은 선물에 따른 가치에 관심을 가진다. 선물교환과 상품교환 간의 차이에 경제학자들은 주목한다. 선물은 물물교환 같은 전통적 재화로 상품과 같은 근대적 의미의 재화와 성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상품교환은 거래 당사자 간에 흥정을 통해서 상품이 돈과 교환된다. 반면 선물도 상품이 이전되지만 그에 수반되는 화폐지급이 없다.
이탈리아 태생으로 아르헨티나에서 평생 목수로 일한 것으로 알려진 안토니오 포치아(Antonio Porchia)가 앞에서 인용한 대로 선물의 특징을 규정하였다. 선물에 대하여 경제학자들이 갖는 최대의 관심도 선물을 주고받는 자 간에 선물의 가치 평가가 다르다는 점에 있다. 선물을 받는 사람은 선물의 가치를 30퍼센트까지 낮게 평가한다. 예컨대 한 사람이 100달러짜리 상품을 사서 선물을 한 경우 선물을 받은 사람은 그 선물의 가치를 70달러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선물이 30퍼센트까지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면 왜 굳이 선물을 하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 선물권이나 현금을 선물로 주면 그러한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꼬마들을 데리고 키우는 부모와 달리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손자·손녀들에게 현금을 주는 주된 이유일 것이다.
현금 대신에 선물을 하면 선물을 하기 위하여 시간을 내어 샤핑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현금으로 주는 것보다 샤핑까지 한 정성의 표시가 선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우리의 샤핑시간의 현금 가치를 포함한 금액을 현금으로 줌으로써 선물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반대로 우리는 현금 대신 선물을 하는데 이는 우리가 샤핑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라고 볼 수 있다. 즉 내가 당신을 정말로 신경 쓰고 있으므로 내가 당신에게 맞는 선물을 고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내가 당신에 대하여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당신에게 맞는 선물을 고르는 것은 많은 시간을 요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내가 샤핑할 시간이 별로 없는 것을 당신이 알고 있는데, 내가 당신에게 맞는 선물을 고를 수 있었다는 사실은 내가 당신을 정말로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오 헨리의 단편 ‘매기가의 선물’에서 매우 가난한 짐과 델라 부부에게는 두 사람 모두가 자랑으로 내세우는 소유물이 하나씩 있었다. 하나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짐의 금시계였고, 또 하나는 델라의 긴 머리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델라는 그녀의 머리를 잘라 팔고 짐을 위하여 크리스마스 선물로 시곗줄을 샀다. 저녁에 귀가한 짐은 델라에게 머리빗을 선물로 내 놓았다.
델라가 내민 시곗줄을 본 짐은 침대로 가 털썩 드러눕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의 빗을 살 돈이 필요해서 시계를 팔아 버렸다오.’
델라와 짐은 서로간의 사랑이 깊어 상대방에게 진실로 가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주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할 각오와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들이 너무 가난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상대방을 정말로 잘 안다면, 그들은 각각이 소중하게 여기는 보물을 팔아서 상대방 선물을 살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소설에서 나오는 것 같은 실수는 없을 것이다.
정요진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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