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속의 가시나무 새가 우는 소리는 이 세상의 어느 동물의 울음보다 고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새는 어미둥지를 떠나는 순간부터 가시나무를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가시나무를 찾으면 자기 몸을 가시에 찌르며 그 고통을 호소하듯 울며 죽어간다고 한다.
신약성경 고린도 후서에서 가시나무의 가시는 애욕의 유혹을 뜻하며 나아가 영적인 향상심을 저해하는 독소로 상징되고 있다. 그래서 가시나무 새는 속세의 갖가지 강한 유혹을 이겨내는 수도자의 표상으로 여겨 왔다. 수도자의 계율과 갈등은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아름다운 문학의 소재가 돼왔다. 그 대표적 명작으로 아나톨 프랑스의 ‘타이스’를 들 수 있다.
이집트 사막의 고행 수도자 파피뉴스는 춤추는 창녀 타이스를 신에게 귀의시켜 수도원에 들어가 새 길을 걷게 한다. 하지만 마음속에 불타오르는 타이스에의 정염을 식히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그는 심화(心火)를 끄기 위해 심지어 폐허의 석주(石柱) 위에 올라앉아 고행을 하지만 그는 타이스가 병들어 죽어가는 머리맡에서 결국 파계하고 만다.
우리의 문학세계에도 가시나무에 찔린 가시나무 새가 적지 않다. 춘원 이광수의대작 ‘꿈’의 소재가 되었던 세달사의 수도승 조신도 가시나무에 찔리고 있다. 파계 40년의 고해를 헤맨 끝에 다시 귀의하고 있긴 하지만…
말 못하는 구묘화(具妙花)는 부처님 곁에 피어있던 금단의 연꽃을 꺾은 죄로 벙어리가 되어 이승에 추방당한 미녀다. 변산의 수도승 부설이 이 묘화를 보고 심화를 태우다가 이를 극복하려고 팔도의 험난한 고산준령을 찾아 고행하지만 끝내는 타이스의 파피뉴스처럼 가시나무에 찔린다.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지도자 제시 잭슨 목사의 추락 역시 가시나무 때문이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민권운동에 앞장 선 그는 한 때 미국의 행동하는 양심으로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추대되기까지 승승장구하였으나, 그 신천옹(信天翁)의 위용이 가시나무에 찔리는 순간 이카루스의 신세가 되었다.
요즘 뉴욕에 소재한 한 대형교회의 목사가 가시나무에 찔려 낙마한 사건이 많은 사람들의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이 목사의 경우 하나 만으로는 부족했던지 복수의 가시나무를 오가며 희롱한 것은 과유불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쓴 웃음이 나온다. 더구나 이런 문제에 함구하는 편이 나았을 어느 동직자는 예수가 간음한 여인을 잡아 죽이려던 군중들을 막고 서서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지라”고 한 고사를 들어 사랑과 용서를 역설한 글을 쓴 것을 읽었다. 사회적 규범이 강조되어야 할 현 실정에서 종교적 잣대를 무소불위의 해법으로 들이대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문학세계에서 가시나무 새의 그 전설적 노래가 은유하듯 가시나무에 찔리는 순간의 그 황홀함은 변산의 수도승 부설의 경우처럼 이생의 모든 가치체계를 일시에 무력하게 할 만큼 어떤 불가사의한 매력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진순한 사랑이 내뿜는 정염의 용암은 모든 것을 불태워버린다.
얼마 전 내가 파리에서 본 연극 ‘타이스’는 그 순간을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죽음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마지막 고통의 땀이 그의 이마에 이슬처럼 맺혔다. 비들기가 구구하고 처량하게 적막을 깬다. 그 때 파피뉴스의 비탄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소녀들의 찬송가 소리에 섞여 들었다.” “난 당신을 사랑해. 내 말을 들어봐요. 타이스, 내가 당신을 속였어. 내가 어리석었어. 신이니 천국, 그런 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속세의 삶, 그리고 인간의 사랑, 그 것 이상의 진실은 없어요. 난 당신을 사랑해, 죽으면 안 돼. 자, 타이스, 일어나 봐” 그녀는 끝내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녀의 눈은 영원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선명/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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