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에서 세탁소를 경영하는 정진남씨 부부와 고객 로이 피어슨 판사의 악연은 2002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세탁해달라고 피어슨이 맡긴 바지를 분실했던 정씨부부는 150달러를 변상했다. 서로의 감정충돌에도 불구하고 계속 정씨의 세탁소를 이용했던 피어슨과 다시 문제가 생긴 것은 2005년 5월이었다. 피어슨이 판사에 임용된 후 출근 첫날 입으려고 수선을 맡긴 바지가 또 분실된 것이다. 이번엔 재킷과 세트인 양복 바지였다. 피어슨은 새 양복을 사겠다며 1,150달러의 변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1주일 후 바지를 찾아낸 정씨측은 변상을 거절했고 피어슨은 소송을 결심했다.
세탁소든 정비소든 서비스업체를 이용하며 불쾌한 경험 한두번쯤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러나 불량한 서비스에 너무 화가 나‘정말 혼내주고’ 싶어도 얼굴 붉혀 잠시 다투거나 꾹 삼키고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그게 건강한 일상의 상식이다.
손해가 심하면 적절한 가격의 변상을 주고받는 수도 드물지는 않다. 그러나 피어슨의‘보복’은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어처구니없는 넌센스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63명의 증인 리스트를 작성해놓고 2년을 끌고 온 피어슨의 소송은 미국 법 체제에 낯선 이민 부부에겐 악몽이었다. 얼마나 시달렸으면 10달러50센트를 벌려고 맡았던 바지 값으로 1만2,000달러 합의금을 제시했겠는가. 피어슨이 요구한 배상액은 무려 6,546만2,500달러였다.
이 터무니없는 액수의 근거가 된 것은 워싱턴DC의 소비자 보호법이다. 상당히 강력하다. 벌금이 1건 위반에 1일 1,500달러나 된다. 피어슨은 ‘만족 보장’ ‘당일 서비스’라고 예사로이 벽에 붙여놓은 사인을 물고 늘어졌다. 그 약속을 안지켰으니 사기라는 주장이다. 12가지 위반사항을 1,200일동안 범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악용의 여지가 많은 소비자 보호법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다행한 일이다.
과대망상증 환자의 해프닝 정도로 벌써 그쳤어야 마땅할 이 소송이 이미 두명의 판사 손을 거쳐 아직 살아있다는 것조차 개탄스럽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이처럼 불건강하고 왜곡된 시각을 가진 사람이 현직 판사라는 사실이다. 이번주에 그의 10년 임기 재임용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재임용 평가위원회의 건강한 결정을 기대한다. 그 결정과 빗발치는 비난 여론이 오는 6월11일로 예정된 재판에서 상식적 판결을 이끌어 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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