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창’ 격돌 백악관‘방패’
전비법안에 거부권‘일촉즉발’
실정추궁 청문회에 부시“정치선동”맞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의회의‘창’과 백악관의‘방패’가 어우러지는 격전이 펼쳐지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12년만에 의회를 탈환한 민주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실정을 추궁하는‘청문회 정국’을 주도하며 백악관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백악관은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정치선동”이라며 민주당의 파상공세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조건부 전비법안
연방 하원은 25일 이라크 주둔미군 철수를 오는 10월1일 이전에 시작해 내년 3월31일 이전에 끝낸다는 구속력 없는 내용이 포함된 이라크전쟁 추가예산법안을 찬성 218, 반대 208로 통과시켰다. 상원 역시 26일 1,200억달러 규모의 조건부 추가 전비법안을 찬성 51, 반대 46승인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확정된 철군 시한이 포함된 전비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의회와 백악관의 ‘빅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부시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은 이를 번복시키는데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확보할 수 없어 전비법안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 역시 미군의 조속한 철수를 원하는 여론을 거슬러야한다는 점에서 자신은 물론 공화당 전체에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이라크 관련 청문회
연방하원 정부개혁위원회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삼았던 사담 후세인의 핵개발 프로그램까지 거슬러 올라가 조사를 하고 있다. 이라크전은 그 시작부터가 잘못된 ‘부도덕한 전쟁’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정부개혁위는 이를 위해 25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소환을 결의했다. 미군의 이라크 침공 당시 백악관 안보담당 수석보좌관이었던 라이스를 증언대에 세워 후세인이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농축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는 엉터리 주장을 부시 대통령이 2003년 국정연설을 통해 내놓게 된 경위를 밝히겠다는 것.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26일 “이미 지난번 증언을 통해 할 말을 모두 했다”며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하원 정부개혁위는 이외에도 개전 직후 이라크군에 잡혔던 제시카 린치 전 육군 일병과 프로풋볼(NFL) 선수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아군의 오인사격으로 숨진 팻 틸먼의 유족을 증인으로 불러 린치의 무용담과 구출작전을 날조하고, 틸먼이 동료를 구하려다 적의 집중사격으로 장렬히 전사한 것처럼 발표한 군 당국의 기만적인 행위를 성토했다. 또한 군 고위 관계자들을 증언대에 세워 어느 선에서 조작 지시가 이루어졌는지, 백악관이 날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 위원회는 앞으로 전비지출 내역의 문제점 등도 조사할 계획이어서 부시 대통령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연방 검사 해임 청문회
법무부가 백악관의 논의 하에 연방검사 8명을 무더기 해임한 사건과 관련, 상원과 하원의 법사위원회가 각각 청문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앨버토 곤잘레스 법무장관에 대한 사임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민주당은 연방검사 해임이 순전히 정치적 동기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상원 법사위는 이미 카일 샘슨 법무장관 비서실장의 증언과 증거로 확보한 백악관의 이메일 등을 통해 해리엇 마이어스 당시 백악관 법률당당 수석보좌관이 연방검사 93명 전원을 부시 대통령에 충성하는 변호사들로 교체할 것을 법무부에 제안하는 등 이들의 인사에 개입했고, 곤잘레스 장관 역시 논의 초기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곤잘레스 장관은 이제까지 두 차례의 증언을 통해 수시로 말을 바꾸고 핵심적 질문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 야당 의원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의 비난을 샀다. 부시 대통령은 거듭 그에 대한 신임을 표시했으나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법사위 소속인 공화당의 탐 코번 상원의원 등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곤잘레스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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