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를 받지 못한 채 죽은 유아들은 죄를 범하지는 않았으나 원죄(原罪)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들의 영혼은 천국이나 지옥, 그 중간 지대라고 할 수 있는 연옥 어느 곳도 아닌 림보(limbo)에 영원히 머물게 된다.
지난 800년간 가톨릭의 중요 교리 중 하나로 계승돼온 `유아 림보(Limbus Infantum)’ 개념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23일, 이러한 `유아 림보’ 개념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지시로 폐기됐다고 가톨릭 뉴스 서비스 웹사이트에 게재된 교황청 성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바티칸 산하 국제신학위원회(ITC)는 최근 세례를 받지 못한 채 죽은 어린아이들도 천국으로 갈 수 있다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내용의 ‘유아 림보’ 개념을 수정한 보고서를 냈으며,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를 수용함으로써 기존 유아 림보 교리는 사실상 폐기됐다.
’변두리(border)’라는 뜻의 림보는 천국과 지옥, 또 인간이 죄를 씻지 못하고 죽어 머무는 곳인 연옥의 변두리에 위치한 죽은 자들의 처소를 가리키는 것이다. 또 ‘유아 림보’외에 기독교를 믿을 기회가 없었던, 의로운 사람들이 머문다는 `선조 림보(Limbus Patrum)’도 있다.가톨릭 교리는 기독교를 믿지 못한 채 죽은 사람이나 세례 받기 전에 죽은 어린이의 영혼이 림보에 머문다고 주장해왔으나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부터 림보를 신학적 가정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3년간의 연구끝에 나온 41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림보 개념이 구원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제한적인 관점이라고 비판했다.
ITC 소속으로 이번 연구에 참여했던 폴 맥파틀랜 신부(영국)는 세례 받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면서 하지만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이들을 보살펴주고 구원에 이르게 하실 것으로 바라는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그러나 세례가 누구나 타고 태어나는 원죄의 때를 씻어줄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을 추가하면서 신도들에게 자녀들이 세례를 받도록 지속적으로 애써주도록 촉구했다.
이 보고서는 오늘날 하느님은 자비로우신분이며 (신도나 이교도나) 모든 사람들이 구원을 받기를 원하신다는 신학적인 자각을 얻게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은총은 죄에 우선하며 무고한 영아들을 천국의 영접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어린이들을 끔찍하게 사랑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보고서는 세례받지 않은 사람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기존의 관점에 점진적으로 변화가 있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림보의 개념은 5세기에 ‘세례 받지 못 한 채 죽은 아이들은 지옥에 떨어진다’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결론에서 비롯됐다. 림보는 또 14세기의 이탈리아 작가 단테가 쓴 ‘신곡’ 지옥편에도 묘사돼 있으며 보티첼리나 도레, 블레이크의 삽화 등에도 그려져 있다. 당시 신학자들은 림보를 하느님을 영접하는 복도 없지만, 동시에 지옥이나 연옥의 고통도 없는 곳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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