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한국에서 ‘미녀는 괴로워’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노래는 기가 막히게 잘하지만 뚱뚱한 외모 때문에 앞에는 절대 못 나서고 뒤에서 남의 립싱크 대역만 하던 한 여성의 변신 스토리이다.
가수는 노래 실력으로 대접을 받는 게 정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노래보다는 미모와 춤 솜씨가 뛰어나야, 즉 눈을 즐겁게 해줘야 무대에서 ‘상품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요즘 사회이다. 바로 외모지상주의이다.
95kg의 거대한 몸집을 지닌 여주인공은 어딜 가나 남들의 비웃음을 받는 구박덩어리. 이성으로서 남성들의 눈길은 받아본 적도 없다. 그런 여주인공이 한 남자를 사모하면서 가슴앓이를 하자 친구가 면박을 준다.
“남자한테 여잔 딱 세 종류야. 이쁜 여자 - 명품, 평범한 여자 - 진품. 그리고 너, 바로 반품이야!”
주인공은 마침내 ‘예뻐져야겠다’ 결심을 하고 목숨 건 대대적 성형수술을 받는다. 그가 미녀로 다시 태어나자 세상 사람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다는 세태 풍자 코믹 드라마이다.
살찐 몸에 대한 시선이 지난 몇 십년 사이에 많이도 변했다. 우리가 가난하던 60년대까지만 해도 살은 기피대상이 아니었다. 부잣집 맏며느리 같은 후덕한 이미지의 필수조건은 적당한 살집이었고, 나이 들어 풍채 좋다는 말을 들으려면 말라깽이로는 곤란했다.
서양에서도 비슷한 정서였다. 20세기 초반 영국의 저명한 작가이자 시인이었던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은 몸집이 비대했다. 그가 어느 날 이런 조크를 했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 나는 내 자리를 양보함으로써 숙녀 세분에게 자리를 내주는 즐거움을 누렸지요”
뚱뚱하면 뚱뚱할 뿐 그에 대해 전혀 부정적 시각이 개입되지 않던 분위기였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가 내 밥 먹고 내가 살찌는데 누가 상관이냐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뚱뚱하다’는 것이 더 이상 개인사가 아닌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비만인구 증가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자 국가 차원, 주정부 차원, 시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삼더니 마침내는 기업들도 문제를 삼을 전망이다. 뚱뚱한 직원을 고용하면 회사에 손해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듀크대학 연구진이 23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비만 직원들은 일하다가 부상을 잘 당해서 업무 중 부상으로 인한 결근 일수가 일반 직원들 보다 13배 높고, 그로 인한 의료보험 청구액이 7배나 높다. 몸이 비대해서 움직임이 유연하지 못하다 보니 등, 손목, 목, 팔, 어깨, 엉덩이, 무릎, 발에 부상을 잘 당하는 때문이다.
보고서의 취지는 기업들이 미리미리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만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라는 것이지만 이런 연구결과로 직원 채용 때 뚱보들이 불이익을 당할 우려도 배제할 수는 없다. 고용주들이 직원들을 보면서 일을 아주 잘하는 ‘명품’, 보통으로 하는 ‘진품’, 그리고 직장 상해보험만 축내는 ‘반품’으로 구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뚱보는 괴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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