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수지 오 교장 △시드니 손 변호사 △장수경 임상심리학 박사
외로움·압박감 ‘위기의 자녀’많다
미 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로 기록된 버지니아텍 총격사건의 범인이 한인 조승희로 밝혀지면서 한인사회와 미국 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참극을 벌인 범인이 평소 폐쇄적 성격에 정신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한인 이민 가정의 자녀 관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을 통해 이번 참극의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그 충격에 대한 한인 커뮤니티의 대처 방향 등을 진단했다.
<참석자>
△수지 오 (교육학박사·3가초등학교 교장)
△장수경 (임상심리학 박사)
△시드니 손 (변호사·앨퍼트, 바 & 그랜트)
△사회·정리: 이석호 기자
성적에만 연연말고 부모와 대화 자주 나눠야
정신질환자 사실상 방치… 관리법 개정 필요
“미국인 모두의 책임” 한인사회 차분히 대처를
-사회: 한인 모두가 끔찍한 범죄의 주인공이 한인 청년이란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수지 오 교장: 한 한인 초등학생 어린이가 왕따 때문에 ‘자살하고 싶다’는 글을 썼던 적이 있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는 위험에 처한 자녀들이 적지 않다는 반증이다. 많은 사람을 죽인 조승희 역시 이미 정신적 이상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했다면 이 같은 참극이 없었을 것이다.
▲장수경 박사: 미 전체 인구의 6%가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법이 정신질환의 징후를 보인 이들은 정신병원에 보낼 수 없고 문제가 터진 후에서야 정신병원에 보낼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이번 참극의 원인이 됐다고 본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법이 바뀌어야 할 때다.
▲시드니 손 변호사: 고립감과 외로움 등은 대부분 이민 온 학생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감정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한인이란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안 된다. 이번 비극은 미국 모두의 문제이고 미국인 모두 책임감을 느껴야 할 사건이다.
-사회: 많은 이들이 왜 공부 잘 하고 조용하던 학생이 살인자로 돌변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손 변호사: 최고를 강조하는 한인들의 가치관이 훌륭한 인재를 만들기도 하지만 최고의 압박을 이기지 못 하고 뒤안길에 쳐지는 젊은이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제는 ‘보통 사람’의 가치를 배워야 할 때다.
▲장 박사: 심리학적으로 볼 때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이 큰 범죄를 낳는 비율이 높다. 자신감이 없다보니 각종 압박감이 극도의 분노로 변하기 때문이다.
▲오 교장: 부모들이 A학점 받는 것에만 만족할 뿐 아이들의 문제를 들어줄 생각은 하지 않다보니 아이들은 고립되고 생각을 부모에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것 같다.
-사회: 한인 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데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오 교장: 미국 부모들은 아주 어릴 적에는 원칙을 강조하지만 한인 부모들은 반대인 경향이 많다. 어릴 때는 마음대로 풀어놓다가 청소년이 되면 갑자기 간섭하려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교육학적으로 볼 때 미국 부모의 교육 방법이 자녀 교육에 더 적합하다고 본다.
▲손 변호사: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생계에 집중하다 보니 제대로 자녀를 교육할 시간이 없는 현실적인 이민가정의 한계도 있다. 범인의 부모도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세탁소를 운영했다고 하는데 자녀와 터놓고 대화 나눌 기회가 얼마나 있었겠나.
-사회: 범인이 1.5세 영주권자로 밝혀졌는데, 1.5세가 특별히 미국 사회에 적응하는데 1세나 2세보다 더 큰 어려움이 있다고 보나.
▲손 변호사: 7세 때 이민 와 로스쿨을 함께 다니던 한인 친구가 갑자기 칼을 들고 카재킹을 하다 체포된 일이 있었다. 조승희의 고립된 심리상태를 보고 ‘나도 저런 심리상태를 가진 적이 있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학에서도 1.5세는 유학생으로부터는 미국 사람으로, 2세 학생으로부터는 한국인이란 이유로 어울리기 힘든 면이 있어서 고립감을 많이 느끼게 된다.
-사회: 이번 참극이 미국 사회의 교육 실패, 총기규제 실패 등 구조적 원인과 개인의 비정상이 결합해 발생한 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오 박사: 교육의 실패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특히 이민자 교육에 있어서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간다고 자부한다. 다만 인성교육은 보다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장 박사: 총기규제는 반드시 해야 한다. 사회 분위기가 개인주의적으로 흘러가다 보니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선뜻 누구도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불행이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괜찮다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사회: 이 사건에 대한 주류 언론의 보도 자세를 어떻게 보나. 한국 국적이란 점이 유난히 강조됐는데.
▲오 교장: 영주권자는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것이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흑인 치과의사 학부모는 흑인 연루 범죄만 해도 다들 자기를 바라보는 것처럼 움츠린다고 한다. 다른 소수계도 이같은 인종을 강조하는 보도에 움츠러들기는 마찬가지다.
▲손 변호사: 사실 전달 차원에서 한국 국적을 전한 것은 이해하지만 반복적으로 이를 강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범인도 어릴 적부터 미국에서 성장한 이 사회의 구성원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 정부가 미국 국내 문제에 사과를 하는 것은 미국인들에게 난센스에 가깝다.
▲장 박사: 한국 국적을 강조해 이번 사건을 초래한 각종 근본적인 문제에서 거리를 두는 것 아닌가 해 우려스럽다.
-사회: 적지 않은 한인들이 인종증오 범죄 등 반작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손 변호사: 대다수의 미국인은 한인 여부를 상관치 않고 있다. 왜 이런 참극이 생겼나에 우려와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다.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의 부상자를 조카로 둔 직장 동료도 “네가 미안해 할 문제가 아니지 않으냐”고 말하기도 했다.
▲장 박사: 인종증오 범죄는 두려울 때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사회자: 한인 사회가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오 교장: 한인이 소수계 모델이라고 하지만 이제 조용히 고통을 겪는 이들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수많은 소수계 중 동양인이란 얼굴은 변하지 않는다. 같은 문제가 터져도 다르게 비쳐질 수 있으므로 불상사를 막기 위한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장 박사: 지난해 잇따른 자녀 방화 등은 이번 사건의 범인이 우연히 한인이었다고 생각할 수 없는 경보였다. 정신 상담에 소극적인 한인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손 변호사: 괜히 움츠리거나 소극적일 필요는 없다. 소수계로 스스로 자리매김하고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일에 사과를 하며 앞서 나갈 필요도 없다. 주인의식을 갖고 이번 일에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