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속에 가시나무를 심어놓았다
그 위를 말벌이 날아다닌다
몸 어딘가, 쏘인 듯 아프다
生이 벌겋게 부어오른다. 잉잉거린다
이건 지독한 勞役이다
나는 놀라서 멈칫거린다
지상에서 생긴 일을 나는 많이 몰랐다
모르다니! 이젠 가시밭길이 끔찍해졌다
이 길, 지나가면 다시는 안 돌아오리라
돌아가지 않으리라
가시나무에 기대 다짐하는 나여
이게 오늘 나의 희망이니
가시나무는 얼마나 많은 가시를
감추고 있어서 가시나무인가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나를
감추고 있어서 나인가
가시나무는 가시가 있고
나에게는 가시나무가 있다.
천양희 (1942~) ‘가시나무’전문
가시나무 위에 말벌까지 잉잉거린다면 그것은 매우 위협적인 상황. 잠시 머뭇거리던 시인은 지금까지 헤쳐 온 길이 가시밭길이었음을 문득 깨닫는다. 그러니 앞으로의 길은 더욱 끔찍할 수밖에 없다. ‘다시는 안 돌아오리라/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면서도 똑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여. 스스로 가꾼 가시나무에 찔려 피 흘리면서 정작 엉뚱한 것을 가해자로 지적하지나 않으시는지…….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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