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버지니아텍 캠퍼스내 무차별 총기 난사로 30명이 참변을 당한 공대 건물 ‘노리스 홀’에서 출동한 경찰관들이 부상자들을 긴급히 옮기고 있다. 경관들이 피해자를 들것도 없이 맨손으로 들어 옮기는 모습이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버지니아텍, 미 최악 캠퍼스 총격 한인 1명 부상
기숙사·강의실 등 무차별 난사
범인은 자살, 중국계 추정
30여명 부상 사망자 늘어날 듯
버지니아주 남서부에 위치한 버지니아텍(Virginia Tech·버지니아 공대)에서 16일 범인을 포함 최소 33명이 사망하고 한인 유학생을 비롯한 수십 명이 부상당하는 미 역사상 최악의 교내 유혈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 전 미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아시안 남성으로 알려진 범인은 이날 오전 7시15분께 교내 남녀공용 기숙사 건물인 ‘엠블러 존스턴 홀’에서 학생 2명에게 총을 쏴 살해한 뒤 약 2시간 후 공대 건물인 ‘노리스 홀’의 강의실로 들어가 학생들을 향해 총을 난사, 최소한 30명의 학생들을 사망케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이날 사건으로 한국인 유학생 박창민씨(토목공학과 박사과정)가 손과 허리 등에 부상을 입고 인근 몽고메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니아텍에는 현재 한국인 유학생 500여명을 포함 총 1,000여명의 한인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으나 다른 한인 피해자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날 총격으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자들은 최소한 26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중상자들이 많아 사망자수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현장에 있던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범인은 2정의 반자동 권총으로 무장하고 여러 개의 탄창을 휴대한 채 7시가 조금 지나 기숙사 건물 4층에서 여학생 2명을 살해한 뒤 9시15분께에는 다시 기숙사에서 0.5마일 떨어진 노리스 홀내 강의실에 들이닥쳤다.
범인은 먼저 교수의 머리에 총을 쏜 뒤 학생들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 약 1분30초만에 30여발을 난사했으며, 그 전에 건물 출입구를 쇠사슬로 묶어 차단시키는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범행에 사용한 9밀리미터 등 권총 두 자루가 총격 현장에서 발견됐으며 현장에서 자살한 범인의 신원과 이 학교 학생인지 여부, 그리고 범행 동기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날 버지니아텍 캠퍼스는 범인의 총기 난사로 많은 학생들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대피했고 일부 학생들은 건물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다 부상을 입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대학측은 총격사건이 일어나자 학생들에게 건물 밖 출입을 통제한 뒤 캠퍼스를 폐쇄한 가운데 17일까지 이틀간의 강의를 취소시켰으며 중화기로 무장한 경찰들이 캠퍼스 전역에 배치돼 마치 전시를 방불케 했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이날 CNN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이번 총격사건을 ‘버지니아텍 학살’이라고 표현하는 등 미국 역사상 최악의 유혈 총격사건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버지니아텍 찰스 스티거 총장은 “대학이 최악의 비극과 공포에 휩싸였다”고 비통해 했으며 조지 부시 대통령은 특별 회견을 통해 충격과 슬픔을 표시하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시카고 선 타임스는 총격사건 용의자가 작년 학생비자로 입국한 중국인 남성이라고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 수사당국은 중국 상하이에서 학생비자를 받아 작년 8월 유나이티드항공편으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24세 중국인 남성이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사건 범인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버지니아텍은 유난히 총기 범죄와의 악연이 많은 학교다. 최근 1년 사이 3차례나 교내 총격사고가 발생하는 등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8월 가을학기 개학 첫날 탈옥수가 교내로 숨어든 뒤 추적하던 경찰관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이 발생, 캠퍼스가 폐쇄된 적이 있었다.
■버지니아텍
한인 1천명 재학 중동부 우수공대
미 역사상 최악의 교내 총격 사건이 발생한 버지니아텍은 워싱턴 DC에서 남서쪽으로 250마일 떨어진 인구 3만의 소도시 블랙스버그에 위치한 유명 공과대학.
1872년 설립돼 1970년대 이후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급부상하며 대학 랭킹 50위권까지 올랐다.
주미 한국대사관 집계에 따르면 이 대학에는 한국인 유학생 500여명을 포함 약 1,000명의 한인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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