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 사망, 29명 부상..한국 학생도 1명 경상
아시아계 범인, 강의실서 권총 난사 후 자살
미국 버지니아 주(州) 남서부 블랙스버그 소재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에서 16일(이하 현지시각) 범인을 포함해 33명이 숨지고 29명이 부상하는 사상 최악의 교내 총격사건이 발생해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범인은 이날 오전 7시15분 교내 남녀 공용 기숙사 건물에 처음 침입, 학생 2명을 살해했고 학교 당국이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이 약 2시간 뒤 공학부 건물인 노리스홀 강의실에서 다시 총기를 난사, 30여명이 숨지는 참사로 확산됐다.
아시아계로 알려진 범인은 현장에서 자살했으며 자세한 신원과 범행 동기 등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총격의 범인이 다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날 사건으로 이 대학 대학원생 박창민씨(토목공학과 박사과정)가 가슴과 팔에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으나 비교적 경상이어서 17일 퇴원할 예정이다.
이승우 한인학생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학에는 현재 학부(300명)와 대학원 과정 등에 500명 이상의 한국 학생이 재학중이며 박씨 이외에 다른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대학에 재학 중인 다른 교포 학생은 가죽 옷 차림에 권총 2자루를 들고 모자를 눌러 쓴 범인이 기숙사 건물에서 학생을 쏘아 죽인 뒤 한참 떨어진 공학부 건물 강의실로 걸어 들어가 학생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며 범인은 아시아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NN은 범인이 1차 범행 후 경찰이 긴급 출동한 가운데 강의실 건물 안에서 총기를 난사, 건물 밖으로 20여발의 총성이 울려 퍼지는 장면을 계속 방영했다.
이 대학에서는 사건 발생 사흘 전인 지난 13일 학교 건물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이 있었으며 이 때문에 3개 건물에서의 수업이 취소됐다고 CNN은 전했다.
총격 사건으로 학생들이 공포에 질린 나머지 비명과 함께 대피하느라 큰 혼란이 빚어졌으며 대학 측은 학생들의 건물 밖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캠퍼스 폐쇄 조치와 함께 17일까지 이틀간 모든 강의를 취소시켰다.
학교 당국은 그러나 첫 번째 총격 이후 범인을 잡거나 직원들에게 위험을 경고하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2시간 가량이 지난 다음에야 이메일을 통해 사건을 알렸지만 이 시점에 범인은 이미 공학부 건물로 이동해 2차 범행을 자행, 인명피해가 커졌다.
찰스 스티거 버지니아공대 총장은 첫 번째 총격 이후 추가 범행이 이뤄질 것이란 아무런 조짐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대학이 최악의 비극과 공포에 휩싸였다고 비통해 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학교는 안전하고 범죄가 없는 배움의 전당이 돼야 한다며 이처럼 끔찍한 범죄가 발생해 미국의 모든 교실과 온 사회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 하원은 낸시 펠로시 의장 주재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묵념을 가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 1966년 텍사스 대학 구내에서 총기 난사로 16명이 죽고 31명이 부상한 이래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것이다.
버지니아공대는 작년 8월 학기 개학일에 탈옥수가 교내로 숨어 든 뒤 추적 중이던 경찰관 한 명을 총으로 쏘아 살해한 사건으로 수업이 취소되고 캠퍼스가 폐쇄됐었다.
워싱턴 D.C.로부터 남서쪽으로 390km 떨어진 버지니아공대에는 2만6천명의 학생이 등록돼 있으며, 아시아계 학생은 1천600명 정도이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사건 직후 비상 대책반을 구성해 가동에 들어갔으며 현지에 영사와 행정직원을 급파, 한국 학생들과 대응책 협의에 나섰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이기창 특파원 nhpark@yna.co.kr
lk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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