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다운 역사는 로마에서부터 시작한다. 로마가 유럽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전의 유럽은 그야말로 야만의 나라, 해적의 나라, 문맹의 나라였던 것이다. 로마가 유럽의 중요 부위를 점령하여 로마의 문명이 서서히 유럽으로 전파되고 드디어 그들은 문명의 혜택을 누리기 시작했다. 세계 문명은 중동의 이집트나 지금의 이란, 이라크 등에서 시작되었고 그것이 서서히 지중해 쪽으로 옮겨가면서 그리스, 로마 문명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로마를 통해 유럽은 그리스, 로마 문명을 접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로마가 제국으로 서게 된 것은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을 무찌르면서 주위에 로마를 넘볼 나라가 없는 무적의 나라가 된 BC 50여년 정도이다. 그러니까 유럽의 시작은 로마 제국의 성립 시기로 따진다면 2,000여 년에 불과 한 것이다.
그들이 로마로부터 문명과 종교를 받아들여 역사를 시작한 이래 2,000여 년에 이르러 이제 유럽은 그 최고의 시간들을 거의 마감해 가고 있다. 과거 200여년사이 그들은 민주주의와 과학문명의 개화를 가져오면서 가져 왔던 찬란한 역사를 뒤로하고 이제 서서히 역사의 중심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토인비는 영국의 영광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모습을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가 앞에 놓인 강물의 운명에 비유했다. 절벽으로 떨어지는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한번 영국이 변하기를 바랐지만 물줄기를 바꿀 수 없는 강물처럼 유럽의 운명은 바뀔 수 없었던 것이다.
EU체결 50주년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유럽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의 바탕으로 삼고 있는 기독교 정신”을 EU 헌법안에 언급하지 않은 것을 비난 했다. 그것을 “스스로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행하게도 유럽은 자칫 역사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길을 걷고 있음을 주목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이제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원리인 동정녀 마리아라든가 예수의 죽은 후 3일만의 부활 등을 믿지 않는다. 유럽의 모든 역사는 기독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생활 그리고 정치 문화 모든 것이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 왔다. 유럽의 조각품이나 건축물 등을 바라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더 이상 그들은 그런 조각품이나 건축물 등에 대해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진실을 말하지 않았던 추한 과거” 로 인식하고 자신들의 자화상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젊은 유럽인들은 거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보지 않는다. 이런 유럽인들이 교황의 눈에는 하나님의 비뚤어진 탕자나 다름없이 보일 것이다. 옛날의 가장 유일하고 충실한 맏아들에서 이제는 결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는 탕자로 변한 것이다. ‘아버지의 거짓말’을 증오하듯이 이제는 더 이상 교황의 얘기는 듣지 않을 모습이다.
유럽이 다시 교황의 품으로 돌아오면 그 옛날의 영광이 되돌아올 것인가? 다시 기독교 정신으로 돌아가 하나님의 충실한 맏아들이 되면 하나님은 그들에게 영광을 되돌려줄 것인가?
교황의 말처럼 유럽은 이제 역사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길을 걷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그들이 교황의 말대로 다시 교황의 품으로 돌아온다고 옛 영광이 다시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유럽인들의 잘못이 아니라, 믿기에는 너무 황당한 아버지의 얘기를 더 이상 유럽인들에게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역사라는 물줄기는 단순한 종교만이 아닌 문화 과학 예술 등이 합해야 되고 그리고 그 역사를 만드는 개개인의 동력이 합해야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거대한 역사를 이루겠다는 개개인들의 동력을 이미 상실해버린 것으로 보인다.
윤진영/센터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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