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울려고 온몸에 힘을 쓰는 벚나무들, 작전도로 신작로
길로 살 하나 툭 불거진 양산을 쓰고 손으로 짰지 싶은 헐렁한
스웨터를 입고, 곰 인형 가방을 멘 계집애 손을 붙들고 아낙 하나가 길을 간다.
멀리 군인 트럭 하나 달려 오는 걸 보고 흙먼지 피해
일찍 피어난 개나리꽃 뒤에 가 숨는다 흠짓 속도룰 줄이는 트럭,
슬슬 비켜 가는 짐칸 호로 속에서 병사 하나 목을 빼고 외치듯이 묻는다
“아지매요, 알라 뱃지요?”한 손으로 부른 배를 안고,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아낙이 수줍게 웃는다. 금방이라도 꽃이 피어날 것 같은 길이다.
윤제림(1960~) ‘길’ 전문
군부대가 있는 마을이면 흔히 볼 법도 한 풍경. 헐렁한 스웨터를 입은 아낙은 곰 인형 가방을 멘 계집애 손을 잡고 걸어간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던 군인 트럭에서 병사 하나가 목을 빼고 외친다. “아지매요, 알라 뱃지요?” 여기서 이 시는 한껏 무르익는다. 특별한 묘사도 없이 보여주기나 할 뿐이지만, 임산부의 부른 배와 꽃피우려고 온몸에 힘을 쓰는 벚나무의 이미지가 봄하고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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