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스포츠, 경제, 의약, 정치, 산업, 문학 등 통틀어 볼티모어에는 미국에서 제일 처음(Number One/First)이라고 인정받고 널리 알려진 사실이 많다. 그중에서도 종교에 관련된 두 역사적 사건이 퍽 흥미롭다.
주지하는 대로 미국은 첫째로 종교의 자유를 얻기 위하여 청교도들을 시작으로 유럽, 특히 영국, 아일랜드, 독일 등 프로테스턴트들이 찾았다. 그래서 미국이 독립한 후에도 오랫동안 카톨릭은 신대륙에서 발붙일 곳이 없어 정식으로 존재할 수 없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제일 처음으로 종교의 자유를 허락한 곳이 다름아닌 볼티모어이다. 그런 연고로 메릴랜드는 오늘날 Free State로 알려지고 볼티모어의 카톨릭 추기경은 뉴욕의 더 유명한 세인트 패트릭교회 추기경보다 서열이 더 높아 미국 카톨릭 추기경들 가운데 넘버 원 이다.
또 하나 중요한 종교적으로 첫째 되는 사실은 존 외슬레를 따르는 외슬레 회원들이 1784년 12월24일 볼티모어에 위치한 러불리레인 집회소에 모여 처음으로 감리교를 교회로서 조직하고 발족한 역사적 사실이다.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와 완전히 다른 독립한 교회의 창설이었다. 소위 말하는 크리스마스 컨프런스이고 이모임이 있었던 러불리레인을 오늘날 미국 감리교리교의 모교회라고 인정한다. 말할 것도 없이 감리교가 미국, 나아가서 전세계, 그리고 우리 한국에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지대하다고 하겠다.
우리 한국의 숨은 은인이신 가우처 박사가 볼티모어에 파송 받을 즈음은 어언간 세월이 흘러 감리교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때이었다. 교세가 커지고 교인이 많아 자연적으로 더 큰 새로운 교회건물과 위치가 필요하였다. 이에 따라 가우처 박사는 시내 중심가에서 약 2마일 떨어진 현 위치(St. Paul & 22nd St.)를 택하였다. 그러나 120여년 전 당시는 지금의 편리한 교통수단과 달라서 2마일도 멀다 하고 한적한 곳이라고 사람들의 비난이 많았다. “가우처의 어리석은 짓(Goucher’s folly)”이라는 조롱까지 듣게끔 되었다. 그러나 먼 미래을 지향하며 계획하고 또한 소신이 강한 가우처 박사는 이 모든 반대을 극복하면서 오늘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러불리레인 교회 건물을 1888년 드디어 완공 하였다. 오늘까지 그곳에서 처음 모습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
교회 건물설계는 당시의 최고 건축가인 스탠포드 화이트(Stanford White)가 담당하였다. 스탠포드 화이트와 푸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는 미국 근대 건축사의 으뜸가는 두 거장이다. 여담이지만 화이트는 뉴욕의 첫 번째 펜 기차역(Penn Station) 과 구(舊) 매디슨 스퀘어 가든 (Madison Square Garden)도 설계하였다. 러불리레인 교회에서 뛰어나게 보이는 교회의 종탑과 외부 건물은 이탈리아 라비나(Ravenna)에 있는 교회를 딴 로마네스크 스타일이고 채플에 장식한 스테인 글라스는 유명한 티파니(Louis Tiffany)의 진품 원작이다. 완성된 교회는 그야말로 웅장하고 말할 수 없이 아름답고 성스러운 교회로 희귀한 보물 같다. 가우처 박사의 많은 여행과 그의 해박한 지식과 믿음의 결정체라고 하겠다. 교회 내의 방대한 천정은 받치는 기둥 없는 기술로 건축되어 당시 미국에서 최초로 시도한 방법이라고 한다. 교회건물은 현재 미국역사적건물(The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지정 등록 되어 있다.
우리 한국의 숨은 은인 가우처 박사는 미국에서 그 유를 볼 수 없는 이 교회건물을 불멸의 유산으로 남겼다. 적어도 꼭 한번쯤 방문하여 마음껏 즐기고 감상하며 묵상하기 권한다. 그리고 오늘의 우리와 한국을 있게끔 원천적 역할을 한 가우처 박사에게 감사하며 그의 고상한 이상과 행적을 영원히 기리자.
<방은호 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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